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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철호교수의「식량전쟁」
인제대학교 문갑순
이철호교수가 드디어「식량전쟁」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드디어 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가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을 설립할 때부터 기대하던 바가 실현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내기 전에도 저자는 국가의 식량안보정책의 중요성을 학회발표나, 언론기고를 통하여 설파해 오고 계셨지만 이렇게 단행본으로 책을 내게 되니 더욱 의미 있고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껴지는 바는 이철호교수의 전문가로서의 깊이이다. 미래의 식량전쟁을 다루고 있는 주제도 흥미롭지만, 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설정한 에피소드들의 선택도 적절하고 내용은 깊고 통합적이다. 더욱이 인류적 관점에서 식량위기의 양태를 글로벌하게 조망하고, 동방의 작은 나라 우리나라가 미래의 위기 상황에서 등불이 되기를 기원하는 한 생명과학자의 염원과 철학이 숨어있어 엄숙한 느낌마저 든다. 인류의 코앞에 닥쳐온 식량전쟁 -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 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이철호교수의 「식량전쟁」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자.
1부 전쟁준비는 이렇게 시작된다. 미국의 한 학자가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이용하여 저온에서 견디는 내냉성 밀종자의 개발에 성공한다는 뉴스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획기적인 발견에 미 행정부는 흥분한다. 러시아나 캐나다 북부의 한랭초지에서 밀 재배가 가능하게 되면 미래에 예견되는 식량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국익을 위한 다양한 검토 끝에 결국 이 기술을 사장하기로 결정한다. 밀 최대수출국인 미국의 입김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점차 더 식량을 무기화하는 미국의 정책이 노골화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거기 따른 부작용과 미래 예측으로 이어진다. 선진국들은 우루과이 라운드 같은 국제협약을 통해 후진국들의 식량자급률을 떨어뜨리고 자기들에게 종속시키는 정책을 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 파동으로 나라전체가 큰 곤욕을 치르게 되는데 「식량전쟁」에서 그 전모가 상세히 기술되어있어 자료적 가치도 높다.
또 하나 식량전쟁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종자전쟁이다. 저자는 공룡 농업기업이 출현하고 거대자본을 이용하여 각국의 종자를 싹쓸이 하므로서 신종 농노제도를 만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의 식량전쟁은 2008년 세계곡물파동으로 부터 시작된다.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큰 고통을 받게 되었지만 그 일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 따른 기상이변에 기인하므로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식량생산이 줄자 주요생산국들은 수출을 금지함으로서 식량자급률이 낮은 빈국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급기야 중동의 민주화바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식량안보 전문가인 저자는 미래전문가가 되기로 작정한 듯, 이러한 식량위기가 결국 세계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EU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예측한다. 2030년, 결국 식량무기화를 내세우던 미국과 중국 간에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인류는 강대국들의 탐욕으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그런데 저자는 마지막 반전을 남겨놓았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희망이라는 ...
2020년 한반도는 통일을 이룬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희망의 씨를 심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출신의 생명과학자이고 미국 거대기업에 회사를 팔아넘기기를 거부한 한 종자회사의 사장이다. 북한출신의 학자는 저온에서 생육 가능한 밀을 개발한다. 그것도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제어기술을 이용하므로서 안전성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신기술이었다. 그런데 이 종자회사의 사장은 이 신기술을 세계의 농민을 쥐어짜는데 사용하지 않고 기술을 공개하므로서 탐욕스러운 외국과 차별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이러한 통일 한국의 이타적 행위는 한국의 위상을 그 옛날 타고르가 미리 예측한 동방의 등불로 찬연히 빛나게 한다. 새로운 자본주의를 향한 희망이 이 속에 심겨져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은 마지막 소감은 이렇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드러내고자하는 철학이 잘 나타나 있고 내용은 유용한 정보를 논리정연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문장은 유연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소설을 읽은 듯 깔끔하고 감동적이다.
식품영양전공자로서 가끔 나의 자세와 관련되어 곤혹스러워질 때가 있다. 광우병 파동같이 온 나라가 미친 열풍을 앓을 때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나의 지식을 재무장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광우병에 관한 정리가 잘 되어있고 종자전쟁에 관한 기술도 유용하였다. 식품전문가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언지 조금은 깨닫게 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저자가 시사하는 경고를 마음으로 공감하고 대비하는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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