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식품안전협력포럼(FSCF)에서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네트워크(PTIN)’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노연홍)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식품안전위해평가의 국제적 협력이 확대되고 국내 식품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는 물꼬가 틀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연홍 식약청장은 6일 FSCF PTIN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맥커천(Steve McCutcheon) 호주뉴질랜드 식품기준청장과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등과 긴밀한 만남을 갖고, PTIN의 향후 활동에 한국이 적극 참여할 것이며 더 나아가 PTIN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운영위원회에는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 타일랜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5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PTIN 연례 포럼에 국내 최초로 참석한 이철호 이사장은 "그간 포럼 및 PTIN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서는 부족해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번 워크숍 및 청장과의 회동을 계기로 향후 FSCF에 우리가 적극 참여하고 PTIN의 운영위원회로 선정된다면 그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식품산업의 미흡했던 위상을 한층 격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식품 교역 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기 포럼은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내년 5월 미국에서 개최되며 식품유통안전관리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PTIN 세미나가 병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5일 60여 명의 한·중·일 식품위해평가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식약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의 공동 주최로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아태지역 식품안전위해평가 기술 워크숍’에서 ‘APEC 식품안전협력포럼 및 PTIN 협력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스티브 맥커천 박사는 “한국은 식품위해요소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막기 위해 업계와 정부, 관련협회와 연구기관이 PTIN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EC 산하 식품안전협력포럼(FSCF・Food Safety Cooperation Forum)은 2007년 4월 발족했으며 호주와 중국이 공동의장(스티브 맥커천 호주뉴질랜드 식품기준청장·짜오쩡린 중국식품검역국 박사)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APEC 회원국 21개국 중 19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국 간의 투명한 정보교류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각국의 식품안전기준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조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의 SPS협정이나 TBT협약과 일치하는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갖도록 도움을 주며,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식품안전관리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나 다른 국제기구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와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아태지역 내 개발도상국의 식품안전위해평가 및 위해관리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품의 생산, 유통 등 식품공급체인에서 일하는 안전관리 요원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교육하는 일에 역점을 두며 식품안전과 식량안보를 동시에 아우르는 정책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포럼이 운영하는 PTIN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식품안전협력포럼에서 설립됐으며, 세계 식품안전위해평가 트레이너(교육훈련강사)들의 식품안전위해평가 교육 가이드라인과 식품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트레이너의 식품안전관리 교육 방법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교육훈련 모듈은 어느 정도 갖춰졌으며 식품위해요소 분석과 관련, 핵심 이슈들을 살피는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활동량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PTIN은 국가별로 각기 달랐던 식품안전위해평가의 차이를 극복하고 APEC 회원국 간 식품안전위해평가·분석 교육 프로그램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공공의 식품안전을 도모할 뿐 아니라 정보 공유에 있어 국가간 불필요한 장애 요소를 제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위해 PTIN을 운영하는 식품안전협력포럼이 지속적인 지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티브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년간 APEC 내부에서 식량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FSCF에서는 식량안보를 통해 확보한 식품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FSCF는 향후 1~2년 동안 기존 네트워크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식품안전 사고 혹은 응급상황 발생 시 관련 정보를 국가간 원활하게 공유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특히 PTIN을 통해 업계, 정부, 학계 당사자들과 함께 역량강화를 전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철호 이사장은 “이제는 한국 식약청에서도 APEC PTIN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을 새롭게 묶어 접근하는 시각도 참신했다”고 평가했다.
2008년 중국 멜라민 파동 당시 중국정부의 대처 방법도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영양·식품안전연구원 리펑친(Fengqin Li) 박사는 “당시 중국 내 29만4000명의 영아들이 멜라민 분유를 섭취해 병이 났으며 5만 명이 병원에 입원, 6명이 사망했다”며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왜 우는지 알지 못했으나 소변 속 결석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역학조사 끝에 허베이 소재 공장에서 만들어낸 싼유라는 분유에서 멜라민이 높게 나타났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 사건 이후 중국의 유제품 원료를 사용한 독일, 캐나다, 한국 등 15개국에서 제조된 식품에서도 멜라민 혼입이 검출됐다. 리 박사에 따르면 멜라민 사태 발생 시 중국 보건부에서 샘플 채취 등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아픈 영아 집을 방문해 더 이상 분유를 먹이면 안 된다고 알린 후 병원에서 진단을 받게 했다. 또한 사건 발생 직후 후생부와 식약청, 검역국이 협력해 멜라민 검출방법을 개발하고 판별법을 내놓는 등 해당 정부 부처들이 신속히 대처하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가별 멜라민 분석방법이 상이한 점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리 박사는 “유럽이 중국산 분유의 멜라민 함량이 높다는 분석결과를 내놨지만, 중국에서 같은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높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분석방법이 달라 벌어진 일인만큼 국가별 특정 위해오염물질에 대한 전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 위해요소·이슈 공유 안전사고 때 효율적 대처
이 밖에 미생물위해평가(MRA·Microbial Risk Assessment)의 기술력 및 이에 대한 데이터 공유가 부족한 점도 이날 주요 쟁점사항으로 압축됐다. 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도 식품위해평가 928건 중 미생물위해평가는 5건에 불과하다"며 "연구 방법도 어렵고 역사도 짧긴 하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관련 데이터를 모아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전문인력 양성, 전문기관 설립 등 연구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이철호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APEC은 식품안전협력포럼을 만들어 지역 내 국가 간 식품안전 위해분석 기술의 조화와 교육훈련 협력을 모색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나 교역량 규모로 볼 때 한중일의 위해평가 기술의 협력과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태지역의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많은 참여와 성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2010년도 연구 과제로 ‘유해물질의 위해평가기술 조화 및 국제교류 연구’를 선정, 수행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김승희 원장도 축사를 통해 “국가 간 위해평가 기술의 협력과 조화가 식품안전관리 및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중일 위해평가 기술의 협력과 조화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게 돼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APEC이 식품안전협력포럼을 만들어 국가 간 식품 위해평가 기술의 조화와 교육훈련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데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식품의 위해분석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국제간 조화와 공조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 국제교역이 빈번해지고 소비자들의 식품안전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식약청의 이번 PTIN 참여 결정은 국내 식품안전위해평가 기술력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