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소비자와 원활한 의소사통 위해 개정해야 식품안전 관련 용어 토론회 정기혜·변명우 박사 주장 ‘Risk~’는 확률 개념…‘위해도’가 정확
식품안전과 관련된 용어 중 Risk Assessment(리스크 어세스먼트)는 ‘위해평가’, GMO는 ‘유전자재조합’으로 통일하고, 방사선조사식품은 ‘비가열살균’ 또는 ‘냉온살균’으로 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 세계적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 및 시스템 도입 등과 함께 소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용어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 같은 용어 통일 방안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품안전에 사용되는 상당수 용어가 영어에서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부처마다 다르거나 소비자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의원 김학용 의원실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 이철호)이 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공동주최한 ‘식품안전 관련 용어 통일 및 순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기혜 건강증진연구실장과 한국방사선산업학회 변명우박사는 이 같이 주장했다.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의뢰로 ‘식품안전 관련 용어 통일을 위한 검토 보고서’를 발표한 정기혜 박사에 따르면 ‘Risk Assessment’는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서 14개 관계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식품안전과 관련해서는 인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 중 위해요소(Hazard)를 과학적 근거로 평가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코덱스(Codex) 및 각국의 규정에는 식품에 대한 위해요소의 확인, 확정, 노출평가 및 위해결정의 단계로 구성돼 있다. 일본의 경우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리스크관리의 표준절차서, 식품안전용어집에 Risk Assessment를 ‘리스크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 식품안전법에는 ‘위험평가’로 기재돼 있다.
국내 식품과학용어사전에는 ‘최종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에 의하여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발생하는 확률과 그 정도를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일’로 정의돼 있으며, 지난해 5월 발간한 식약청 위해분석 용어해설집에는 ‘식품 등에 존재하는 위해요소에 대한 규명된 노출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유해영향과 발생확률을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 박사는 “일반국민(68명)과 공무원(25명) 등 93명을 대상으로 ‘위험’과 ‘위해’로 혼용되고 있는 ‘Risk’ 용어의 올바른 통일방향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일반국민 77.9%, 공무원 88.0%가 ‘위해’로 통일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 박사는 “식품분야에서 ‘Risk’는 식품 등에 존재하는 위해요소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확률과의 관계를 의미한다”며 “‘Risk Assessment’는 ‘위해평가’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산물품질관리법에서 사용하는 ‘농산물 위험평가’의 경우 농산물 안전관리를 위한 유해물질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위해평가’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또 식품안전 관련 법률에서 사용하고 있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현재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한 3개의 소관부서 5개의 법률에서 ‘유전자재조합식품’ ‘유전자변형’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유전자재조합’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식품, 사료 및 원료용 GMO는 유전자재조합기술(DNA recombinant technique)을 활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유전자재조합이 가장 적절하며, ‘유전자변형’은 유전자재조합기술 이외에 세포융합이나, 조직배양, 생체반응기술 등의 기술을 모두 포함할 수 있어 너무 의미가 넓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GMO 관련 식품은 품질 수준 제고를 위한 순방향적인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해 생산된 제품으로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한 제품에 ‘유전자변형식품’이라는 광범위한 용어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련법에서도 ‘유전자변형’은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분리하거나 조합해 의도한 특성을 가지도록 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유전자재조합’이 ‘유전자 변형’보다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또 “사회적 통념 상 ‘변형’이라는 단어가 제품의 변형 등 부정적 인식을 내포하고 있으며, 한자문화 국가임을 고려할 때 변형(變形)을 ‘형태의 변화’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재조합’으로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연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일반국민(68명)과 공무원(25명) 등 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전자재조합’과 ‘유전자변형’ 등 용어통일 방안에 대한 설문에서도 ‘유전자변형’ 보다는 어감 상 ‘유전자재조합’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 어세스먼트→위해평가, GMO→유전자재조합, 방사선조사식품→비가열 살균
이어 한국방사선산업학회 변명우 박사는 ‘방사선 조사식품의 용어 순화를 위한 제언’을 통해 “‘방사선 조사식품’이라는 용어는 소비자의 불안감이나 두려움 심지어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에 ‘비가열살균 ’이나 ‘냉온살균’ 등으로 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술적인 검토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박사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에서 방사선 조사기술의 활용은 지난 30여 년 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다가 최근 방사선 조사식품의 소비자 표시기준 규제에 맞물려 사장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방사선 조사식품’이라는 용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해 산업체 스스로가 기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방사선 조사식품’을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실제 방사선을 이용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과의 접촉은 전혀 없다. 식품의 방사선 조사에 사용하는 전자선이나 X선의 경우는 전기를 이용해 작동된다.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은 과거 40년 이상 수백 건의 실험에 의해 밝혀졌다. 이미 세계보건기구, 국제 식량 농업기구, 국제원자력기구 등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국제소비자연맹 등은 10kGy이하의 총 평균 선량으로 어떠한 식품을 방사선 조사해도 독성학적, 영양적, 미생물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으며, 이 선량 이하로 조사한 개개의 식품에 대한 건전성 평가는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변 박사는 ‘방사선 조사식품’이라는 용어를 보다 친밀하고 기술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명칭으로 개정해 국민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국민의 복지증진과 더불어 식량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이온화 처리’라는 용어가 검토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복조(輻照)식품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 FDA에서는 ‘Radura’라는 방사선 조사식품 로고 없이 시판할 수 있는 법안과 ‘Irradiated(방사선 조사된)’라는 용어를 ‘electronically pasteurized(전기적으로 저온 살균된)’ 또는 ‘cold pasteurized(냉온 살균된)’ 이라는 용어로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 식품 용어 토론회
GMO ‘Modified’ 의미 살려 ‘변형’이 적합 LMO가 ‘유전자 변형’…현행대로 유지를 방사선 조사 식품은 안전성 홍보가 우선
9일 열린 ‘식품안전 관련 용어 통일 및 순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식품안전 관련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앞서 발표한 개선안과는 다른 의견들도 제시됐다.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성연구단의 전향숙 책임연구원은 ‘Risk Assessment’의 경우 ‘확률’의 개념이 포함되고 식품의 안전관리에 있어 Risk와 Hazard를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해평가’보다는 ‘위해도 평가’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GMO’는 유전자재조합기술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기술로 생산된 제품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Modified’란 용어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유전자변형식품’ ‘유전자변형농작물’ 등의 표현이 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식품 관련법에서는 ‘유전자재조합’을, LMO법률에서는 ‘유전자변형’으로 각각 분리해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냉온살균 또는 비가열살균 등으로 방사선 조사식품 명칭을 개정할 경우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
◇곽동경(한국식품조리과학회장)=‘GMO’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기관에서는 위험성을 내포한 과학기술에 대한 기사를 보도할 때 단순한 사실 전달 뿐 아니라 분명한 한계와 바람직한 대처방안, 관련정책 및 부족한 정책의 문제 등을 같이 짚어줌으로써 소비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김미리(한국식품관련학회연합회장)=한국식품관련학회연합 소속 학회 10개 학회에 검토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부분의 학회에서 식품안전 관련법령 용어를 통일하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2개 학회는 방사선 조사식품 명칭을 냉온살균 또는 비가열살균 등으로 개정할 경우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방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신지영(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GMO'의 경우 ‘유전자변형’이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GMO 관련 식품은 주로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유전자재조합 이외의 기술이 사용된 식품이 생기게 된다면 유전자재조합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광호(식약청 식품위해평가부장)=‘방사선 조사식품’은 많은 국민들이 방사능 오염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 소비 거부로 이어져 기업들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용어로 바꿔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 개선안 중에는 방사선 조사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냉온살균’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전향숙(한국식품연구원 안전성연구단 책임연구원)='Risk Assessment'라는 용어는 Hazard가 인체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발생시킬 확률과 그 정도를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확률'의 개념이 포함된다. '위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Danger'와 혼동되며 '위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Hazard와 혼동되는 동시에 확률적인 개념을 포함하지 않아 적절치 못하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의미전달 상 확률적 개념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과 식품의 안전관리에서 Risk와 Hazard는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해도 평가’라는 용어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사료된다.
◇최승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isk Assessment’는 식품 중의 위해요소(Harzard)가 인체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 또는 ‘개연성’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위해도 평가’ 또는 ‘위해성 평가’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GMO’는 유전자재조합기술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기술로 생산된 제품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Modified’란 용어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유전자변형식품’ ‘유전자변형농작물’ 등으로 표현하는 적합하다.
◇홍무기(국립농업과학원 농산물안전성부장)=LMO법에서 다루는 GMO(또는 LMO)는 유전자 재조합기술 뿐 아니라 분류학에 의한 과의 범위를 넘는 세포융합기술 등을 이용해 얻어진 생물체도 포함된다. 따라서 식품 관련법에서는 ‘유전자재조합’이 적절하나, LMO법률에서 다루는 것은 ‘유전자재조합’보다 넓은 의미인 ‘유전자변형’이 타당하다. 결론적으로 현행과 같이 식품 관련 법령과 LMO법률의 용어를 분리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영주(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향후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직·간접적 요인 등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안전을 위협하는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위해’라는 용어로 통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아울러 식품분야에서 ‘유전자재조합’이라는 용어 사용이 가능하려면 GMO를 보다 넓은 개념인 LMO로 대체해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