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3시 충북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 11회 식량안보세미나는 한국식품안전협회 신동화 회장(전북대 명예교수)의 ‘식품안전관리의 현황과 합리적 개선방안’과 식약처 강봉한 식품안전정책국장의 ‘식품안전 주요 정책방향’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대표, 김명철 식품산업협회 식품연구소장,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가 패널토의를 벌였다.

△이철호 이사장

이날 세미나에서 이철호 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업무도 확대된 조직의 정비와 아울러 내실과 효율을 다지는 단계에 있다. 특히 식품안전 관리의 과학화 수준은 한 나라의 국격과 경쟁력의 지표가 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과학적이고 전문성이 결여된 오류가 적잖게 지적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줄이기 위해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지난 1년간 ‘식품안전관리의 과학화 및 선진화 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식약처 관계자들과 학계 업계 언론계 소비자단체와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발표 및 토론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 식품안전관리의 현황과 합리적 개선방안=신동화(식품안전협회장)

식품안전 관리는 국민의 생명보호에 가장 우선하는 사항이므로 원료와 처리, 가공, 유통 등 전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가 복합적으로 완벽하게 관리돼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안전성을 넘어 건강 지향적으로 바뀌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개념도 큰 틀에서 변화됐다. 종전엔 과학적 안전을 중시했으나 이제는 심성적 안심까지 충족시켜야하며, 사후 제품관리에서 사전 생산관리로, 일방적 의사전달에서 소비자 눈높이 소통으로, 규제 우선에서 규제준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산업육성과 소비자보호라는 양날의 균형 감각을 요구한다.

◇ 정부기관 간 협력 및 관련 법령 재정비 필요

따라서 관련 정부기관의 안전업무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부처별 안전관리기관 협의체를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고, 위해 평가와 관리업무를 분리함으로써 전문성을 갖고 상호 견제토록 함으로써 사후 관리에서 사전 관리로 전환해야한다. 이와 함께 일시적인 국민정서보다는 확고한 과학기반에 의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비전문가인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식품관련 법령의 재정비도 시급하다. 현행 식품안전기본법은 안전관리업무가 보건복지부와 농식품부로 분산됐을 때 제정된 것으로, 식품위생법을 보완한 일부 기능을 수용하거나 전면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식품안전위원회의 기능을 재설정하고, 산학관연으로 구성된 민간주도형 식품위생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 과학적 식품안전관리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위해평가 기관의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식품안전관리 행정부서 소속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으로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우병 벤조피렌 불량만두소 사건 등처럼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위해성 관리는 사회적 감정에 휘둘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 조직·기능·제도의 문제점 개선

식품관련 조직의 세분화에 따른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식약처 식품관련 업무는 3국 16개과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7개과로 세분화돼 있어 전문성과 직위 확보 등의 장점이 있지만 관련업무의 통일성과 총괄기능이 결여되고 책임 있는 행정 수행이 곤란하므로 대국 대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규제기관에서 크게 관심 가져야할 사항으로, 잘못된 정보는 소비자 혼란은 물론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주므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홍보기능을 갖는 법적 지위가 있는 조직과 대 언론 홍보를 위한 특별반 구성도 필요하다.

실행 가능성이 낮은 규정의 폐기 및 개선도 검토해야한다. 유명무실한 시민식품감시인제도와 영양표시제, 위해가능성이 낮은 전통식품이 HACCP 의무 적용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며, 허위표시 금지의 경우 보편적이고 상식으로 알려진 효능 효과를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위․과대광고 등 유권해석 오류에 따른 무죄 확정시 후속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

국민 정서보다 과학 기반 일관된 정책 추진해야
식위법 주기적 개정…실행가능성 낮은 제도 손질
법령·조직 재정비하고 눈높이 소통 관심 가져야

◇ 식품위생법, 과학적 기반 주기적 정비

식품위생법의 기준 규격은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과학적 기반에 따라 설정하되 1년 혹은 6개월 단위로 개정해야 하며, 특히 식용유의 벤조피렌, 가열 및 비가열 제품의 세균수 규정 등 전문적 평가를 통해 비용대비 효과가 낮은 것은 제외시켜야 한다. 김치 중 납 등 중금속 검사도 과도한 규정이며, 자가품질검사는 사전검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품첨가물의 경우 화학적 합성품을 구분 관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고 염의 종류에 따라 규격을 정하기보다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식품위생검사기관의 통폐합으로 난립에 따른 비용 상승을 막고, 지방청은 위해성을, 지자체는 규격기준 적합성을 중점 분석하도록 세부항목을 조정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수입식품의 경우 수입업자가 유통 중 식품을 수거 검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수입제품 감사항목에 이물검사를 추가해야한다.

■ 식품안전 정책방향= 강봉한(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

식약처의 식품안전 정책 방향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촘촘한 안전관리망 구축 △수입 전 단계의 안전관리 강화 △국민소통 및 참여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부처와 협업으로 농약, 중금속, 동물용 의약품 등 생산단계 위해요소에 대한 관리를 집중 실시하고, HACCP 적용 대상을 집유장과 어린이 기호식품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영세업체에 대한 재정 및 기술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또 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을 소규모 판매점까지 확대하고, 식품이력추적관리 시스템을 내년부터 영유아식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식약처 생산서 소비까지 촘촘한 안전관리망 목표
수입식품 특별법 추진하고 위해식품 예보제 구축

해외 제조업체에는 사전등록제를 도입해 현지 실사를 시행하고, 수입신고의 검사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제품의 위해도에 따라 일반 주의 집중 등으로 차등 분류해 문제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수입식품 안전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현재 국회 계류중)하고 있으며, 식품안전정보원의 기능을 확대해 현지실사, 해외공장 등록관리 업무를 수행토록할 방침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각 부처에 분산된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는 식품안전정보망(‘14년)과 통합정보를 분석해 실시간 식품위해예보 시스템(’15년)을 구축할 계획이다. 소비자포럼, 식의약 안방체험 등 대상별 연령별 맞춤형 소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을 올해 12개에서 2017년 24개로 늘리는 한편, 식품에 직접 닿는 기구는 ‘식품용’ 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15년)할 방침이다.

△업계·언론·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패널 토론자들은 식품안전 관리의 선지화를 위해선 사전예방적 식품안전 관리체계 구축 및 처벌보다는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  론] 업계 실정 맞는 예방적 안전관리 체제 절실 과학 - 인식 갭 줄이고 선계도-후처벌 바람직     △이군호 대표 ▶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대표= 식품안전 관리는 과학과 신뢰를 근거로 해야 한다. 식품의 안전성은 과학을 통해 규명된 것이라 할지라도 야누스적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이 많아서 어떠한 결과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해와 불안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당근 등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에 많이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항산화물질로서 암이나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므로 많이 먹을 것을 권장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베타카로틴 보충제나 첨가물에 대해서는 인체에 좋지 않다며 먹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또한 콩은 밭에서 나는 식물성 고기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콩의 성분인 레시틴을 첨가물(유화제)로 사용하면 위험요소가 있는 것으로 말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불안해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식품안전관리에 대한 국민이나 소비자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려면 국회의원이나 언론, 소비자단체들이 부당한 문제제기와 폭로성 발표에 대해 갑-을 관계의 압력이나 시류에 편승하지 말 것을 권면하고 싶다. 과학을 바탕으로, 과학으로 말하며, 과학적 판단을 통해 어떠한 힘에도 굴하지 않는 이해와 설득, 소통의 정책을 펴나가 줄 것을 제안한다. 또한 사건이 터지면 허둥지둥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식 안전관리 보다는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과학적으로 예측이 가능한 인프라 확충과 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안전기준 정비, 수입식품의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하며, 식품의 유통과정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 소비자 권익보장을 위한 파트너십 형성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역량을 모은다면 식품안전관리의 성과는 매우 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의 하나로 지목하고 이의 근절을 요구하고 있다. 80% 이상이 영세기업인 국내 식품산업 구조에서 아무리 훌륭한 법이 제정됐다하더라도 업계가 수용할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규제 당국은 이러한 국내 식품업계의 수준이 향상되도록 진흥 당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생산기반을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생산 및 가공시설에서부터 안전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김명철 소장 ▶ 김명철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연구소장= 식품안전 관리는 처벌 강화위주에서 선계도 후처벌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FDA의 집행기준 6가지 원칙이 좋은 사례로서, △위법 위반 사항의 경중 △위반식품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국민의 수 △국민의 영향 정도 △위법 위반 증거의 증거력 △ 집행조치가 성공할 확률 △위법 위반사항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필요성과 시급성을 따지되 사법집행보다는 행정집행을, 행정집행보다는 법 준수 유도정책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한다. 종업원 50인 이하의 기업체가 전체의 97%를 차지하는 국내 식품산업의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지원의 위한 조직과 식품안전정책연구원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제발표 내용에 동의한다.     △이향기 부회장 ▶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종 분석 및 예방방법의 개발 보급은 물론 제품을 관리할 수 있는 기준규격을 마련해야 한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의 진위여부 판별방법이나 부처간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안전기준, 신종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기준 및 검사법 등이 필요하다. 또 안전관리 담당자의 잦은 인사는 업무의 전문성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관리를 약화시키므로 반드시 개선돼야 하며, 과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조윤미 대표 눈높이 소통방법을 개발해 과학과 사회적 인식간의 갭을 줄여야한다. ▶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지금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식품안전 이슈와 식품을 둘러싼 가치충돌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식품기업의 수준도 과거와 미래가 섞여 있고,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그렇다. 그래서 식품안전 행정이 더욱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품안전을 둘러싼 사전예방적 원칙이라고 하는 강력한 흐름과 강화된 소비자안전, 효율적 행정체계, 효과적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변화와 요구는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