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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의 나라 스위스. 개인적으로 스위스는 1991년 처음 간 해외출장지다. 그 후 이런저런 이유로 수차례 스위스를 방문하면서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스위스는 산업혁명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변방국가에 불과했고, 몹시 가난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외세와 전란에 시달렸다. 국토의 75%가 산악지형으로 줄곧 식량이 부족했으며, 먹고살려고 국민을 다른 나라에 용병으로 보내야만 했다.
그런 스위스가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8만달러에 달하는 세계 4위의 고소득국가, 세계 1위의 청정관광국가, 국민행복지수 세계 3위의 최고 선진국으로 부상했다. 열악한 농업여건에도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를 비롯해 신젠타·노바티스·파마톤사 등 굴지의 종자·종묘·농약·천연의약품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이름 자체가 고급브랜드로 통한다. 스위스산 치즈·버터·와인·초콜릿 등 다양한 농식품이 유럽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임에도 잘 팔린다.
사실 스위스는 좁은 국토와 작은 경지면적으로 일반적 의미에서 농업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그럼에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 이후에도 농가의 소득안정, 환경과 경관 보전, 일정 수준 이상의 농식품 자급률 유지 등의 정책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왔다. 농가소득과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에 차이가 없으며, 식량자급률도 60% 수준에 달한다.
스위스는 어떻게 열악한 농업여건과 농산물 시장개방의 파고를 극복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을까? 그 근간에는 스위스 연방헌법 104조가 있다. 1996년 스위스는 농업이 국민의 생존을 위한 식량생산뿐만 아니라 다원적 기능과 공공적 가치도 공급한다는 철학을 헌법 104조에 명문화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스위스는 시장에서 보상하지 않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정부지원을 정당화시키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 농업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스위스는 연방헌법 104조에 규정된 농업의 다원적 역할과 정당한 보상의 원칙을 바탕으로 1999년 이후 전체 경지면적과 축종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농업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업예산에서 농업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며, 농가당 직불금은 5000만원에 달한다. 농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단지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방피해를 보는 취약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농업이 발휘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국가보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농업에 대한 지원을 증대시킨 이후 이뤄진 농가경제의 안정과 더 깨끗해진 환경과 경관, 지역의 분산적 정착에 따른 국토의 균형발전, 국제적 식량위기에 대응한 안정적 식량자급률 유지 등의 정책성과에 농민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도 만족하고 있다.
스위스의 농업직불제가 성공한 밑바탕에는 농가의 철저한 상호준수의무 이행이 있다. 직불금을 받는 농가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농업생산 활동을 통해 경관을 보전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직불금 수혜의 대가로 성실히 수행되는 농가의 의무준수 관행은 농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우리도 스위스처럼 농업지원에 대한 철학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업직불제를 확충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농업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기에 농가의 직불제 수령을 위한 의무 이행조건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점검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가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농업생산 활동의 급격한 쇠퇴를 막고 환경보전, 생태적 경관유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다원적 정책 목표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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