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단립종 쌀가격이 이상급등세를 보이면서 양정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산 중단립종 쌀은 국제곡물시장에서 우리의 주식인 자포니카 계열 쌀을 대표한다.
◆공급 감소 우려로 촉발=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캘리포니아산 중단립종 쌀가격은 지난해 9월 이후 1t당 600달러 중반대의 안정세를 보여 왔다. 이런 흐름은 올 1월24일 깨졌다. 전날 665달러에서 마감됐던 쌀가격이 이날 850달러로 185달러나 급등하더니 1월31일에는 930달러까지 치솟았다. 1주일 새 40%나 오른 셈이다. 캘리포니아산 중단립종 쌀가격이 900달러를 넘긴 것은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한풀 꺾이던 2009년 11월 이후 4년2개월 만이다.
2008~2009년의 애그플레이션이 바이오연료 수요 급증 및 국제투기자본 개입으로 촉발된 데 반해 이번 사태는 ‘공급 감소 우려’에서 빚어졌다. 농경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산 쌀가격 급등세는 태국의 쌀 수출량이 실제 발표치보다 적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터졌다. 태국산 장립종 쌀의 국제 거래가격도 1월23일 385달러에서 다음 날 455달러로 하루 만에 18%나 뛰었다. 이동주 농경연 곡물관측팀 위축연구원은 “장립종 쌀 가격이 오른 것은 태국의 구곡 수출이 일시적으로 제한된 데다 가격이 높은 신곡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립종 쌀가격이 오르자 거래량이 훨씬 적은 중단립종이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뭄도 쌀값 폭등을 부추겼다. 미국의 중단립종 쌀 주산지인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가을부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이 곡물 파종기까지 계속되면 농가들이 벼 재배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물 소비가 적은 옥수수·콩으로 작목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인 문제는=쌀은 수출이 일부 국가에 집중된 반면 수입은 다수 국가에 분포된 ‘공급자 과점시장’의 대표적인 곡물이다. 수출국에서 소비 후 남은 양을 해외로 수출하는 원시적인 시장구조로 되어 있다. 최근 5년의 수출국 비중은 태국(24.4%)·베트남(20%)·인도(16.3%)·미국(9.7%)·파키스탄(9.6%)이 정확히 80%를 차지했다. 5개국이 전 세계 수출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쌀시장은 국제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엷은 시장(thin market)’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 대비 교역량 비중이 7.2%로 콩(36.2%)·밀(20.6%)·옥수수(11.5%)보다 훨씬 낮다. 시장구조가 이처럼 엷은 만큼 가격도 주요 생산국의 작황에 따라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체 쌀 교역에서 우리나라의 주식인 자포니카 계열의 중단립종 쌀 비중은 5~1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중단립종 쌀 수입선도 미국 캘리포니아와 중국 동북 3성 2곳뿐이다. 여기에 중국이 2011년부터 쌀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많은 순수입국으로 바뀌면서 ‘중국발 쌀값 파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쌀값 폭등은 우리나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더라도 최소 40만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