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에 이어 2월6일 통일부의 업무보고 내용에 대북 지원 및 교류 확대를 위한 방안들이 제시되면서 최근 남북 농업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본지 2월12일자 1면 보도). 덩달아 눈코 뜰새 없이 바빠졌다는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60)을 만나 남북 농업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권 선임연구위원은 자타공인 최고의 북한농업 전문가다. 그런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지속성 확보다. 이유가 뭘까. 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관련한 굵직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농업 관련 자문을 맡아온 것은 물론 실제 전략 수립과정에도 항상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무리 좋은 사업도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일회성에 그치는 단순 지원은 분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그 효과에 늘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권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시작은 인도적 지원(단순 물자 지원)이지만 점차 종합적인 지원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특히 사람이 하는 일인 농업은 물자는 물론 사람과 기술까지 어우러진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갖춰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종자나 농기구 등 농자재 지원을 요청했을 때 단순한 물자보다는 공동영농 시범사업과 같은 형태의 종합적인 농업협력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에 대비해서도 남북한의 농업기술체계를 일치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올해를 종합적인 지원을 위한 틀을 만드는 해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선임연구위원은 또 “식량보다는 비료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했다. 비료 지원은 분배의 투명성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적고 북한의 농업개혁 조치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는 이유였다.
나아가 그는 화학비료뿐 아니라 유기질 비료를 함께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기질비료가 필요하지만 북한 스스로는 충분한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에는 유기질 비료원이 되는 축산분뇨 과잉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상황. 남북한의 ‘윈윈’이 가능한 부분이다.
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유기질 비료 지원은 결국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를 살아나게 하는 남북한 상생의 길”이라며 “다만 분뇨를 지원받는다는 데 대한 북한의 부정적 인식 전환을 위해 안전한 처리를 위한 시설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등의 정치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선임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조급해하지 말고 과거를 교훈 삼아 좀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호호혜적인 남북 농업협력 전략을 짜야 한다”면서도 “정부나 민간 비정부기구(NGO)들이 모두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상태라 올해 내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