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진통 끝에 2월7일 미국의 2014년 농업법이 확정됐다. 미국 농업법(Farm Bill)은 농업정책의 기본방향과 농가지원의 중점시책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으로서 농정의 근간이며 지침서다. 신농업법의 공식명칭은 ‘2014년 농업법(The Agriculture Act of 2014)’이고 실시기간은 2014년에서 2018년까지 향후 5년간이다. 이번에 만들어진 농업법은 2008년 농업법의 개정판이다. 향후 5년간 4890억달러에 달하는 농업예산 지출과 농가의 소득안전망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농업법이 개정됐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농업법의 핵심적 변화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개정과정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대내적으로 미국의 국가적 현안과제인 국가채무 및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부문에 대해서도 예산절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2007년 국제 식량위기 이후 주요 농산물의 가격 상승으로 농가경제가 양호한 상태에서 농정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브라질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미국 면화재배 농가에 대한 보조금 분쟁에서 패소했다. 이와 같은 대내외 여건을 반영해 2014년 미 농업법은 가격이나 작황에 관계없이 지급되던 고정직불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새로운 농업법은 2008년 농업법보다 강화된 농산물 가격보장과 농가 수입보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우선 가격하락에 대응해 농가의 손실을 보상해 주는 가격손실보상제도(PLC)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2008년 농업법의 가격보전직불제(CCP)를 대체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되면서 오히려 품목별 가격지지 보장수준을 더욱 높였다. 최근 대부분의 품목별 시장가격이 정부가 보장하는 목표가격을 상회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농가의 수입하락에 대응해 농가 실제수입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그 차액을 지불하는 농업위험보상제도(ARC)를 신설했다. 이 제도는 2008년 농업법에서 도입된 수입보전직접지불제(ACRE)와 유사한 개념의 농가수입 보장정책이다. 기존 ACRE가 획일적으로 주 수준(state level)에서의 평균수입을 근거로 보장해주는 것과 달리 농장단위(farm level) 혹은 지역단위(county level)에서의 기준수입을 근거로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즉 농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농장 특성에 맞는 정책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 많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동시에 농가위험관리 강화 측면에서 농업보험지원 제도도 강화됐다. 농업보험 관련 예산을 현행보다 57억달러 증액해 향후 10년간 898억달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4년 농업법은 또한 미국의 주요 농산물에 대한 대표적인 최저가격 지지정책으로 오랫동안 농가소득 및 경영 안전망의 기초가 돼 온 마케팅론 제도도 그대로 존치시키기로 했다.
결국 이번 농업법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농가의 소득이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농가소득 및 경영안전망 장치는 지속적으로 튼튼히 확립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개정된 것이다.
향후 미 농가는 기존의 마케팅론 제도를 통한 주요 품목에 대한 최저가격보장과 PLC에 의한 보다 높아진 가격지지, ARC를 통한 일정수준의 농가손실보상, 그리고 농업보험제도 강화를 통한 대규모 손실위험보상을 받게 된다. 2014년 미 농업법은 이중 삼중의 농가소득 안전망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농가의 소득 및 경영 위험관리 확충 방안 마련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