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부는 수입개방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농업직불제를 확대 개편하고 있지만, 선진국 수준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시장 개방 속에서도 농업의 다원적 역할과 정당한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농업직불제로 농가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스위스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방헌법 104조, 농업의 다원적 역할 인정=스위스는 산업혁명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변방국가인 데다 국토의 75%가 산악지형인 탓에 줄곧 식량 부족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농산물 개방 확대 이후에도 농업인의 소득 안정과 환경·경관 보전 등의 정책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 왔다. 특히 식량 자급률은 2005년 이후 줄곧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스위스는 어떻게 열악한 농업 여건을 극복했을까? 그 근간에는 스위스 ‘연방헌법 104조’가 있다. 연방헌법 104조는 연방정부가 농업이 국민의 생존을 위한 식량 생활뿐만 아니라 자원보호·경관유지 등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에 대해서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헌법을 토대로 스위스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시장에서 보상하지 않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해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는 1992년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직불제를 중심으로 하는 근본적인 농정개혁을 단행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와 WTO의 출범에 따른 EU의 공동농업정책 개혁에 발맞춘 조치다. 이후부터 스위스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직불제를 핵심 농업정책으로 운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다년도 농정계획인 ‘농업정책 2014~2017’에서도 전체 농업예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직불제의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011~2013년 연평균 28억800만 스위스프랑인 직불제 예산도 2014~2017년엔 연간 600만 스위스프랑(약 73억원)이 증액됐다. 이러한 직불제는 크게 ▲조건불리지역·경사지역의 농경·축산과 방목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일반직불제 ▲유기농과 동물복지 축산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생태직불제로 구성된다.
◆농가 다원적 기능 수행…정당한 가치 평가=하지만 스위스 직불제가 성공하기까진 농가의 철저한 상호준수의무 이행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직불금의 지급 항목은 경관유지와 식량안보, 생물종 다양성, 경관의 질적 향상, 유기농업 및 동물복지에 기반을 둔 생산체계, 자원의 효율적 이용, 생산체계 전환 기여 등 7가지다.
이렇듯 스위스의 직불제는 농가가 수행하는 국토·경관 관리와 생태적 기여와 같은 다원적 기능에 대해 정당하게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의 직불제는 가격 변동에 대한 보전이 아닌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을 사회적으로 장려한다는 WTO 농업협정의 직불제의 원칙에 맞게 충실히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직불제도 농업인의 소득 안정에 기여하고는 있지만,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대가는 스위스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윤성 농협 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쌀 농가 소득보전직불제는 논농업이 수행하는 생태적 가치를 평가하고 확대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친환경농업직불제와 조건불리지역직불제 역시 농업인의 생태적 기여에 대한 평가체계가 미약하다”면서 “따라서 우리나라도 스위스 등 선진국과 같이 농업인에게 엄격한 생태적 기여 수준을 요구하되 그에 걸맞은 공정한 사회적 지불이 뒷받침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