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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농업도 네덜란드와 같이 수출농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실패한 대규모 영농회사 및 유통법인 지원과 계륵으로 전락한 동부팜한농이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통해 농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며, 올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업을 네덜란드와 같이 핵심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과연 대통령의 이러한 주문에 농식품부가 어떻게 응답할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농업이 네덜란드와 같이 성장주도산업이 될 수 있다느니, 수출산업이 되라느니 하는 말은 농업계의 시장개방 피해 주장과 개방반대를 잠재우기 위한 레토릭(수사)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 GS&J 인스티튜트의 인터넷 저널 <시선집중>이 2회에 걸쳐 상세히 분석했듯이 네덜란드 농식품 수출은 독특한 역사와 환경의 산물인 중개무역과 가공무역의 결과이자, 처음부터 국민이 필요로 하는 농산물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국내 농업은 수출만을 추구하면 되는 지정학적 여건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농업생산액의 두배가 넘는 농식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농가당 평균 1650만원이 넘는 직불금을 받으면서도 농가의 3분의 1은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이 될 만큼 빈곤하다.
우리는 방대한 농식품 수출액에 가려진 네덜란드 농업의 실상을 봐야 한다. 또한 그것도 정부가 제공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나 ‘맞춤형 지원’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경쟁, 그리고 혁신적인 연구·교육시스템의 산물이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시선집중>은 동시에 스위스 농업과 농정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면서 역시 2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위스는 1996년 농업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다원적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는 인식하에 ‘정부는 농업이 국민을 위한 식품공급, 자원 및 경관 보전, 그리고 농촌지역의 주민 분산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헌법에 규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 원칙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생태성과(ecological performance)에 따라 직불금을 지급하고 ▲환경적이고 동물친화적인 농업 생산을 장려하며 ▲소비자를 위한 식품의 표시규정 제정과 감시, 농약 사용의 규제, 그리고 연구와 교육을 담당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스위스는 이러한 헌법정신에 따라 생태적 성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감시를 전제로 농업예산의 74%를 직불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그 결과 평균 농가소득의 54%는 직불금으로 이뤄진다.
스위스는 일찍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작년 7월에는 우리보다 앞서 중국과도 FTA를 체결할 만큼 매우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방정책으로 농가의 교역조건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난 10년간 20% 이상 악화돼 농업소득은 감소했지만, 직불금을 포함한 농가소득은 오히려 20% 이상 증가했다. 농업 생산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농산물 생산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으며 국민 대부분이 방대한 직불금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인가? 스위스인가? 농식품부와 농업인, 그리고 소비자가 다 함께 한국농업의 존재 이유와 여건을 다시 생각해보고 농정방향을 재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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