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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농협 유인목 조합장(왼쪽)과 최승철 상무가 경남 사천의 한 두부 제조업체에 판매하기 위해 팰릿 포장한 콩 포대를 살펴보고 있다. 영월농협은 수매값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180t이 재고로 쌓여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 |
7일 오후, 강원 영월농협 경제사업소. 40㎏들이 콩 포대가 20개씩 차곡차곡 쌓인 팰릿들이 지게차에 의해 대형 트럭에 실리고 있었다. 경남 사천의 한 두부 제조업체와 25t의 판매계약이 성사돼 상차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승철 영월농협 상무는 “지난해 계약재배한 농가로부터 1㎏당 3500원에 수매한 콩을 3200원에 큰 손실을 감수하며 겨우 팔았다”면서 “하지만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나머지 콩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하소연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180t에 달하는 콩이 경제사업소 내 저온저장고 4동(총 346㎡(104평))에 꽉 들어차 기약 없는 판매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예년 같으면 2월 말까지 콩 판매사업을 완전히 종료했는데 아직까지 창고에 저렇게 쌓여 있다”면서 “이러다가 봄배추 저장은커녕 햇콩이 나올 때까지 재고로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영월농협이 이처럼 때아닌 재고콩 판매전쟁을 벌이는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동반성장위원회의 두부제조업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기인한 ‘후폭풍’ 때문이다.
영월군은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 공모사업에 콩이 선정돼 3년간 30억원을 지원받아 대대적인 콩산업 재배기반 조성에 나섰다. 옥수수와 고랭지 채소를 제외하고 마땅한 밭작목이 없던 영월에는 콩 재배붐이 일었고, 콩 재배면적이 1500㏊로 수직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월농협(조합장 유인목)도 이에 부응해 농가와 계약재배를 크게 확대해 2013년에는 계약재배 면적을 470㏊로 늘렸다. 계약물량도 2010년 480t에서 지난해 598t으로 크게 늘어났다.
여기다 영월농협은 콩 생산농가 소득안정을 위해 계약재배 물량 전량에 대해 최저보장가를 도입했다. 산지시세가 낮으면 계약 당시 최저가를 보장해 주고, 산지시세가 높으면 해당 도매시장 가격으로 수매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월농협 관내 농가들은 콩 가격과 판로걱정 없이 콩 농사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월군과 영월농협이 콩 생산에 뛰어든 2011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두부제조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국산콩을 이용한 두부생산에 찬물을 끼얹었다. 동반성장위의 결정으로 대기업의 두부 생산이 2012년부터 주춤하면서 국산콩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콩 수확기에 판로를 잃은 국산콩 값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영월농협은 콩 생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1㎏당 최저가격 3500원에 750t을 사들였다. 이는 당초 농가와 했던 계약물량보다 152t이나 많은 양이다.
최승철 상무는 “물론 지난해 콩 생산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 이유만으로 콩 값이 2010년 대비 반토막이 날 정도는 아니다”면서 “이는 2011년 11월 두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산콩을 이용한 대기업의 두부생산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영월농협의 최저보장가는 1㎏당 3200원. 하지만 그해 콩 시세가 좋아 영월농협은 그해 480t을 계약재배하고도 6250원을 주고 실제로는 266t밖에 수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그 반토막 남짓인 최저보장가 3500원에도 밀려드는 콩을 다 사들이지 못했다.
북면에서 3.4㏊(약 1만평)에 콩을 재배하는 강윤호씨(54·국산콩생산자연합회 이사)는 “농협이 최저가를 보장하고 계약재배 물량을 전량 받아주니 그나마 콩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콩 농사를 계속 지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α(300평)에서 평균 200㎏을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저가 수매로 생기는 돈은 66만원이 고작”이라면서 “여기에 영농자재비, 수확·탈곡을 위한 기계 임차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영월지역 콩 재배농가들은 “콩 값이 폭락해도 이렇다할 대체작목이 없어 더 죽을 맛”이라면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국산콩을 이용해 두부를 만든다면 그 문호를 개방하고 정부수매량도 확대해야 콩산업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또 “같은 정부에서 농식품부는 콩 자급률 제고를 위해 콩을 향토산업으로 육성해 콩 재배를 지원하고, 동반성장위는 이렇게 생산된 국산콩의 산업화 기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양산하는 것은 ‘엇박자 정책’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인목 조합장은 “두부제조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대기업들이 관망세로 일관해 구매시기를 지연시킴에 따라 산지가격이 하락하는 당연한 수순으로 콩 값이 폭락하고 판로가 막히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예전처럼 국산콩을 구매해 두부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해 주든지, 아니면 대기업이 소비한 만큼의 국산콩을 중소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사서 가공토록 하든지 하는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월=신정임 기자 angel@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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