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소식이다. 농협이 지난달에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를 새 식구로 품에 안았다. 농우바이오는 1967년에 종자산업을 시작한 이래 5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파온 역사 깊은 종묘회사다. 국내 종자시장의 4분의 1 가까이 공급하니 규모도 크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인 ‘구상나무’의 고향은 한라산이다. 100여년 전에 한라산에서 미국으로 가져간 구상나무가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한국의 전나무라는 뜻의 ‘Korean Fir’라고 부른다.
비싼 로열티를 물면서 수입하는 라일락도 북한산 자락에서 자라던 ‘수수꽃다리’이다. 1947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수수꽃다리는 아담한 크기와 진한 향으로 단숨에 미국 라일락시장을 장악해버렸다. 한국에 김씨가 많아서 ‘미스킴라일락’이라고 했다고도 하고, 사무실 여직원의 성이 김씨여서 미스킴이라는 이름이 앞에 붙었다고도 한다.
왜 그런지 몰라도 한반도에서 자라는 채소나 과일은 다른 곳에서 자란 식물에 비해 맛도 좋고 향도 진하다. 인삼만 하더라도 우리 인삼은 세계 어느 나라 인삼보다 진세노사이드와 사포닌 함량이 훨씬 높고 향이 진하다. 중국 인삼은 홍삼을 만들어도 흙냄새가 난다고 한다.
우리 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질감도 사각사각하고 제맛이 난다. 그러나 다른 나라 배추는 금방 흐물흐물하게 물러터지고 만다. 이러한 장점들이 한반도의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덕분인지 토양 덕분인지는 몰라도 한반도가 종자의 보물창고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가장 큰 아픔은 종묘회사가 외국회사에 넘어간 것이다. 세미니스(현 몬산토)가 1억7000만달러를 주고 국내 1·2위인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했다. 노바티스(현 신젠타)가 4000여만달러를 들여 서울종묘를 가져갔다. 일본 종자회사인 사카타가 1000만달러를 주고 청원종묘를 사들였다. 그러면서 국내 5대 종자회사 중에 농우바이오를 제외한 4개 회사가 모두 외국회사로 넘어갔다.
속이 상한 것은 종묘회사의 건물과 땅이 외국회사에 넘어갔다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 수천년 동안 이 땅에서 자라고 수십년 동안 개량한 우리 종자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고 남이 돼 버린 것이다. 우리 종자를 우리가 사용하는데 외국에 로열티를 주면서 사용해야 된다는 슬픔이다.
늘 농우바이오까지 외국회사로 넘어갈까봐 조마조마했다. 농우바이오는 한국인의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종자의 경쟁력이 높다. 최근 4년간 다국적 기업을 제치고 국내 채소시장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인도네시아·미국 등지에서 고추·무·배추 점유율도 1~2위를 달성했다.
F1(1대 잡종) 순도 검정기술과 꽃봉오리 배양기술, 소포자 배양기술도 다국적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유전자(DNA) 마커 이용 분석기술과 유세포 분석기술은 세계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농협의 자회사 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는 안 되는 회사가 몇 개 있다. 그중에 남해화학과 농협케미컬이 있다. 소비자가 농업인이기 때문이다. 남해화학은 국내에 비료를 팔아서는 손해를 보고 비료 수출과 화학제품 판매로 손실을 메꾼다. 국내 비료가격 상승을 견제하고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만약 남해화학이 농협의 식구가 아니었다면 비료가격은 지금보다 몇 배는 뛰었을 것이다.
농우바이오도 마찬가지이다. 종자를 팔아 돈을 남기기보다 새롭고 좋은 종자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농우바이오의 생명공학연구소와 육종연구소를 세계적인 연구소로 키우고 정부의 골든시드프로젝트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농협이 농우바이오를 새 식구로 맞이한 것은 오랜만에 듣는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참 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