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평년보다 양호한 기상여건과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생산량 증가, 여기에 소비감소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채소류 가격은 30%에서 많게는 70%까지 하락한 상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들어 벌써 5차례에 걸쳐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수급위)’를 가동하고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시장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그동안 수급위에서는 자율감축, 시장격리, 수매비축, 소비자단체·유통업계와 연계한 홍보 등 정부와 민간이 해 볼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다 추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추만 해도 지난 2월부터 과잉 생산된 겨울배추에 대해 자율감축 1만 5000톤, 정부 격리 2만톤, 수매비축 4000톤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가격은 반등되지 못했다. 또 저장한계 기간이 도래한 겨울배추 출하물량이 늘어나면서 배추 도매 가격은 4월 상순부터 포기당 840원대로 하락, 매뉴얼상 ‘심각’단계를 발령한 상태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제5차 수급위를 열고 봄배추 3만톤에 대해 또 다시 시장격리를 추진하고 2000톤을 수매, 비축하겠다고 나섰다.
배추에 이어 양파도 지난 3월부터 수급안정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봄철 기온상승과 적절한 강우로 생육이 양호해지면서 조생양파 생산량은 약 1만톤이나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고육지책으로 조생종 생산조정 물량을 1만톤에서 3만톤으로 확대하고 자율 감축도 5000톤에서 1만톤으로 확대하는 추가 대책을 추진 중이다.
농산물 가격 폭등사태로 시장이 들썩거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폭락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수급위가 예년보다 매뉴얼화된 프로그램을 가동, 나름대로 적절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시다시피 시장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과잉된 농산물을 모두 사줄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해결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현실가능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대안이다.
농산물 가격이라는 게 시기나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고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비탄력적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사후적인 조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보다 사전적으로 생산단계에서부터 스스로 수급조절에 나설 수 있는 있는 주체를 조직화하고 육성해 이들이 시장의 주인공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산지에서 생산과 유통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산과 유통, 가격조절 기능을 수행하고 유통명령제와 자조금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을 육성해 내야 한다. 그동안 수없는 논의를 거듭해 온 ‘산지 조직화 문제’를 또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직화된 산지 조직이 제대로 육성되지 않는 한 이같은 농산물 폭등락 사태는 매년, 반복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