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자급률이 4년 만에 9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벼 농가들은 쌀값 폭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쌀 시장 개방 유예의 대가로 내준 최소시장접근물량(MMA·Minimum Market Access)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3일 “올해 쌀 자급률은 92%를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쌀 자급률은 2010년 104.5%였지만 2011년 83.1%로 급락했고 2012년 86.6%, 지난해 89.2%를 기록했다.
쌀 자급률은 올해 소비량을 지난해 생산량으로 나눠서 구한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423만t이었고 올해 쌀 소비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쌀 소비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난해 소비량 450만t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소비량을 대입해 계산하면 자급률은 94%를 나타낸다. 정부가 올해 자급률이 92%를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하는 근거다.
우리나라는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MMA 방식을 받아들였다. 국내 소비량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것으로 올해는 9%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올해 수입해야 하는 쌀은 40만9000t에 이른다. 쌀 자급률이 91%를 넘으면 공급 과잉으로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오는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을 통보해야 한다. 정부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MMA 물량을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늘려야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필리핀만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은 개방 시기를 늦추는 조건으로 MMA 물량을 2.3배 늘리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쌀 시장을 개방하면 저가의 수입쌀이 식당용 및 가공용 쌀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크다.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7.2%에 그쳤다. 밀(1.1%) 옥수수(4.5%) 보리(21.0%) 콩(29.1%)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