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올 연말로 두번에 걸친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우리나라는 9월 말까지 관세화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할 처지다. 국민의 주식을 책임지는 쌀산업이 또 한번 중대한 기로에 선 형국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농업인들은 관세화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업통상 용어와 배경이 어렵고 복잡한 데다, 무관심이 겹친 탓이다. 쌀농가의 이해를 돕고자 쌀 관세화에 대한 모든 것을 문답풀이 형식으로 알아본다. 제대로 알아야, 잘 대처할 수 있다.
- 쌀 관세화란 무엇인가.
▶관세화란 관세 이외의 수량제한이나 각종 비관세 조치를 관세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관세만 내면 누구나 외국 농산물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 사실상 전면 개방을 의미한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WTO 회원국의 농산물시장은 1995년부터 ‘관세화’를 통해 활짝 개방됐다. 다만 UR 협정문은 특정 국가의 식량안보나 환경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품목은 일정 기간 관세화를 미룰 수 있는 ‘특별대우’, 즉 관세화 유예를 인정하면서 그 대가로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했다. 이를 관세화 유예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UR 농업협상에서 10년, 즉 2004년으로 쌀시장 개방을 보류한 데 이어 2004년 쌀협상을 통해 또다시 개방 시점을 10년 뒤로 미뤘다.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매년 2만t가량 늘리기로 이해당사국들과 합의했다.
- 1994년과 2004년에는 왜 쌀을 개방하지 않고 의무수입량을 늘렸나.
▶1994년에는 국내 쌀산업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려고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특별대우를 인정받아 10년간(1995~2004년) 관세화를 미루되, 매년 MMA 방식의 의무수입량을 늘려야 했다. MMA는 1995년 국내소비량의 1%인 5만1307t으로 시작해 200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4%인 20만5228t으로 늘었다.
2004년 쌀협상 때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1년 시작된 DDA 협상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보험 차원에서 쌀 관세화 유예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또다시 MMA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MMA는 2005년 22만5575t에서 매년 2만t가량 늘어나 올해엔 40만8700t으로 급증했다. 당시 협상을 통해 중도에 관세화로 전환하는 길을 터놓았지만, 중도 관세화는 2009년 이후 몇차례 논의되다가 흐지부지됐다.
- 일본과 대만이 중간에 관세화로 전환한 이유는.
▶일본은 UR협상 당시 선진국 특별대우를 인정받아 19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쌀 관세화를 미뤘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종료되기 2년 전인 1999년에 관세화로 전환했다. 일본이 조기 관세화로 전환한 이유는 불어나는 MMA와 풍작으로 쌀 재고처리가 한계에 달해서였다.
대만은 2002년 WTO에 가입하면서 쌀에 한해 1년간 관세화를 미뤘다가 2003년 곧바로 관세화로 전환했다. 관세화 유예를 추가로 하지 않은 것은 쌀수출국들이 요구하는 추가 유예의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당시 쌀수출국들은 추가 유예 시 매년 2%씩 소비량의 16%까지 MMA를 증량하라고 요구했다.
- 관세화 외 다른 방법은 어떤 게 있나.
▶필리핀처럼 웨이버, 즉 일시적 의무면제를 신청하는 방안이 있다. 웨이버는 예외적 상황하에서 일정기간 동안 WTO 협정상 의무를 면제받는 것을 말한다. 웨이버는 협상을 통해 WTO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규정상으로는 회원국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통과가 힘들다. 또 협상과정에서 상대국으로부터 MMA 증량이나 추가적인 농축산물 시장개방을 요구받게 된다. 웨이버 기간이 끝나면 관세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스탠드스틸(Stand-still)로 불리는 현상유지도 거론된다. 현상유지는 관세화 유예를 지속하면서 MMA 증량과 같은 추가적 부담을 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2004년 쌀협상 당시 협정문에 2015년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 DDA 협상이 장기 표류하면서 WTO 회원국들은 선진국과 개도국 지위에 따라 각각 2000년과 2004년 이후에는 추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현상유지의 근거가 되고 있다. 현상 유지가 최상의 선택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냐가 문제다. 현재로서는 법률적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 필리핀의 웨이버가 최종 부결되면, 필리핀은 어떻게 되나.
▶필리핀은 쌀수출국들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 모든 품목을 관세화를 통해 개방한다는 WTO 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제소를 피하려면 필리핀은 웨이버 협상을 재개해 상대국의 추가 요구를 수용하든가, 아니면 쌀을 관세화로 개방하든가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필리핀의 웨이버 협상이 최종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말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웨이버 협상과 관련, 필리핀 정부와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6월19일 열리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필리핀의 웨이버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입장을 정해야 하나.
▶쌀 관세화 유예가 올 연말로 종료됨에 따라 9월 말까지는 우리나라의 입장을 WTO에 통보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WTO에 관세화를 통보할 경우, WTO가 관세화를 검증하는 데 최소 3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토론회·간담회·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정부입장을 이달 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또 국회보고를 거쳐 9월 말까지 정부의 공식입장을 WTO에 통보할 계획이다.
- WTO에 무엇을 통보해야 하나.
▶국별이행계획서다. 이는 각국의 WTO 의무이행계획으로 상품 및 서비스 양허표를 포함하고 있다. WTO 모든 회원국들은 1994년 UR 협상이 타결되면서 품목별로 관세를 정해 이 관세가 6년(선진국) 또는 10년(개도국) 후에 얼마로 줄어드는지, 특별긴급수입제한조치(SSG)를 실행할 것인지 등을 담은 국별이행계획서를 WTO에 제출했다. 우리나라의 국별이행계획서에는 LX(60번째)라는 고유번호가 붙어 있다.
우리의 국별이행계획서를 보면 쌀의 경우 관세에 대한 언급은 없고, MMA 물량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만 명시돼 있다. 쌀은 UR 협상에서 특별대우 품목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관세화로 방침을 정하면 이 국별이행계획서에 쌀의 관세율을 명시하고, SSG를 도입할 것인지를 정해 WTO에 제출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관세화 유예를 택한다면 국별이행계획서에 추가 유예기간과 의무수입물량을 적어내야 한다.
- 현상유지 또는 웨이버를 신청하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필리핀의 사례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처럼 1995년과 2004년 쌀시장 개방을 두차례 연기했다. 또 쌀시장 전면 개방을 7개월 앞둔 2011년 11월 관세화 유예 조치를 재차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9개국과 협상을 벌였지만 ‘WTO 농업협정상 쌀 관세화 유예의 연장은 1회에 한해 가능하다’는 미국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필리핀은 ‘WTO 설립을 위한 마라케시 협정’에 규정된 의무면제(웨이버)를 사용하겠다는 요청서를 2012년 3월30일 개최된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열린 6차례의 협상에서 다른 회원국들의 무리한 추가개방 요구 등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즉 우리가 현상유지 또는 웨이버 중 무엇을 선택한다 해도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동의 과정에서 다른 농축산물의 추가개방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 관세화 선택 시 관세율은 어떻게 정하나. 또 관세상당치(TE)란 무엇인가.
▶관세상당치는 기준연도 국내외 가격 차이를 말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 부속서 5’에 계산 공식이 명시돼 있다. 예컨대 국내산 쌀값이 1㎏에 1000원이고 외국쌀이 200원이면 그 차액인 800원, 다시 말해 400%(800원÷200원×100%)가 관세상당치다. 200원짜리 외국쌀이 관세 400%(800원)를 물고 한국땅을 밟으면 국내산과 같은 1000원이 되는 원리다. 이때 국내가격은 기준연도(1986~1988) 당시 국내시장에서 지배적인 대표도매가격을, 국제가격은 실제 수입가격을 사용해야 한다. 만약 그 당시 수입실적이 없을 때에는 인접국의 수입가격을 사용하거나 주요 수출국의 수출가격에 보험·운송료 등의 비용을 더한 값을 써야 한다.
- 우리 관세율은 얼마쯤으로 예상되나.
▶우리나라는 기준연도의 상업용 쌀 수입실적이 없어 어떤 가격을 국제가격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산출되는 관세상당치가 천차만별이다. 딱히 당시 국내의 공식적인 도매가격이라 할 만한 자료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학계에서 예측하는 우리 쌀 관세상당치는 최소 300%에서 최고 700%로 편차가 상당하다.
다만 협정문이 요구하는 사항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을 받는 당시 농수산물유통공사(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소비지 도매가격(973원)과 우리에 앞서 관세화로 전환한 일본이 사용했던 태국의 쇄미 국제시세(180원)를 각각 국내가격, 국제가격으로 활용할 경우 관세상당치를 계산해 보면 440%다[(국내가격 973원-국제가격 180원)÷국제가격 180원X100%=440%]. 여기에 UR 협정문에 명시된 개도국 농산물 관세 감축률(10%)을 적용하면 관세는 396%(440%×0.9) 수준이 된다.
- 관세율에 대한 정부 입장은.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관세율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향후 우리가 정한 관세율에 대해 상대국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를 미리 노출해봐야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부는 관세화로 간다면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결됐거나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DDA 협정이 타결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게 되면 쌀의 관세가 갈수록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1986~1988년 당시의 주변국 쌀 가격을 토대로 다양한 관세율을 산정하고 있으며,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 WTO에 관세율을 통보하면 우리 관세는 확정되나, 또 통보 이후 어떤 절차를 더 밟아야 하나.
▶우리가 WTO에 통보한 관세율은 공식적으로 3개월간의 검증 기간을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3개월 내에 검증 절차가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해당사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상대국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세율 통보부터 검증 완료까지 일본은 19개월, 대만은 56개월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관세율 수준을 우리가 결정해 통보하지만 무턱대고 높게만 설정할 수 없는 이유다. 검증 작업이 3개월을 넘기더라도 우리나라는 내년 1월1일부터 관세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웨이버를 신청한 필리핀도 관세화 유예가 끝난 2012년 7월부터는 웨이버 신청서에 적힌 내용대로 MMA 물량을 증량해 운용하고 있다.
-쌀 관세화 시 국회 비준 받아야 하나.
▶쌀 관세화 시 국회 비준(조약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동의하는 절차)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서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제60조 1항). 관세화가 이 범주에 속하느냐를 놓고서는 2004년 쌀협상 때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관세화는 새로운 조약이 아니므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는 주장과 쌀처럼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은 어떻게든 비준 절차를 거치는 게 좋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비준의 시점에 대해서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쌀 관세화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인지는 조약안이 확정된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WTO에 제출하는 양허표는 우리나라의 ‘제안’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며, WTO 차원의 검증절차가 마무리된 후 확정된 수정양허표가 비준동의 대상인 ‘국제조약’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2004년 쌀 관세화 유예 재연장 당시에도 비준동의는 우리 양허표에 대한 WTO 회원국들의 검증이 끝난 후인 2005년 11월에 이뤄졌다.
- 관세화가 되면 기존 의무수입량은 어떻게 되나, 지금보다 더 수입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나.
▶의무수입쌀은 관세화로 전환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 ‘UR 농업협정문 부속서 5의2항’을 보면 ‘특별대우가 중단되면 그 시점에서 유효한 최소시장접근 기회를 유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2015년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면 의무수입량은 직전 연도인 2014년의 40만8700t으로 고정된다. 국내 쌀 수급상황과 관계없이 경기지역 생산분만큼의 쌀을 계속해서 수입해야 한다.
DDA 협상 결과에 따라 의무수입물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008년 12월 DDA 농업협상 의장이 내놓은 타협안(4차 수정안)을 보면, 우리나라 쌀이 선진국 민감품목으로 분류되면 의무수입과 거의 비슷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2003~2005년 국내 소비량의 3.5%만큼 늘려야 한다. 여기에 관세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대가로 0.5%를 추가로 내줘야 한다. 이 양을 합하면 20만2000t가량 된다. 이에 반해 쌀이 개도국 특별품목으로 분류되면 TRQ를 늘려야 하는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물론 특별품목은 개도국만 사용할 수 있다.
- 그럼 국별쿼터는 계속 유지해야 하나. 또 의무수입쌀 중 밥쌀용 비율(30%)은 어떻게 되나.
▶2004년 우리나라가 쌀시장 개방을 10년 더 미룰 때 그해 전체 의무수입량 20만5228t을 과거(2001~2003년) 수입실적에 따라 미국(5만76t)·중국(11만6159t)·태국(2만9963t)·호주(9030t)에 배분했다(국별쿼터), 이후부터 늘어나는 물량은 국별 제한을 두지 않는 총량쿼터로 설정했다.
우리나라가 쌀 관세화를 단행하면 4개국에 배분된 국별쿼터가 사라지고 의무수입량 전체가 총량쿼터가 된다. 2005년 확정된 우리나라의 쌀 이행계획서(C/S) 3조3항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총량쿼터 아래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높은 수출국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미국과 중국을 비교해 보면, 중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중국쌀이 우리가 먹는 쌀과 더 가깝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세상당치 검증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이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MMA 방식으로 수입되는 외국쌀은 백미로 들여오는 밥쌀용(30%)과 현미상태로 반입하는 가공용(70%)으로 구분된다. 관세화 전환 후에도 밥쌀용을 일정 비율로 수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쌀 이행계획서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재량권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며, 최소한 기존 밥쌀용 비율 30%를 지켜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 이번에 관세를 정하면, 언제까지 유지되나. TPP나 FTA·DDA에서 관세가 깎일 여지는 없나.
▶정부는 쌀 관세화 문제와 FTA·TPP에서의 추가개방은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긋는다. 그동안 체결한 모든 FTA에서 쌀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고, 앞으로 맺을 FTA와 TPP에서도 쌀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TPP 관련 한·미 양자협상이나 한·중 FTA 협상에서 상대국들이 쌀 추가개방을 들고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쌀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정치적·경제적 민감성을 뻔히 아는 상대국 입장에선 가장 유용한 쌀 카드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쌀 관세화를 단행한 일본은 TPP 협상 과정에서 쌀 관세를 철폐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추가개방은 우리 정부의 의지와 협상력에 달린 셈이다.
DDA 협상에 따른 영향은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DDA 협상에는 개도국 우대조항이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게 ‘특별품목’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보면, 개도국은 전체 농산물의 12%를 특별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고, 5%까지는 관세를 전혀 깎지 않아도 된다. 이에 반해 선진국 조건으로 쌀시장을 개방한다면 관세를 최소 23% 줄여야 한다. 우리 관세가 500%라면 115%(500% X 0.23)를 깎아야 한다. 쌀산업을 지키는 데 개도국 지위 유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관세화가 되면 쌀을 얼마든지 수출할 수 있나.
▶현재 쌀 수출은 2007년 제정된 ‘쌀 추천에 관한 고시’에 따라 이뤄진다. 고시는 우리가 MMA 방식으로 수입하는 밥쌀용 물량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쌀 수출을 허용한다. 수입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수출을 무한대로 허용하면 수출국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쌀시장이 관세화로 개방되면 쌀 수출 제한도 풀린다.
남우균·김상영·서륜·최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