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개방, 소모적 논란 접고 실질적 식량안보 생각해야
쌀시장 개방 논란이 뜨겁다. 농민단체와 여야는 찬반으로 엇갈렸다. 정부는 다음주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발표한 뒤 국회에 비준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농민단체는 어제 서울 청계광장에서 삼보일배를 하며 조직적인 반대투쟁을 시작했다.
우리 쌀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화 유예조치는 올해 말로 끝난다. 반대론자들은 쌀 의무수입 양을 늘리지 않고 현행대로 관세화 유예조치를 고수하자고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159개 회원국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현재 쌀시장 개방을 미루는 나라는 한국과 필리핀뿐이다. 필리핀은 최근 쌀 관세화를 5년 늦추는 대신에 의무수입 물량을 2.3배 늘리고 다른 품목까지 추가 개방하는 대가를 치렀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관세화 유예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간 두 차례나 시장개방을 미루면서 의무수입 물량은 올해 40만9000t으로 불었다. 넘치는 수입쌀은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쌀을 보관하느라 지난해에만 200억원을 썼다. 소비할 곳을 찾지 못해 헐값에 처분하는 일도 많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간 혈세가 3조원이다.
시장개방을 미루면 우리의 의무수입 물량이 내년에는 94만t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국내 쌀시장의 20% 이상을 외국에 내줘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89.2%인 쌀 자급률이 70%대로 떨어진다. 식량자급 정책에도 맞지 않고, 식량주권은 되레 훼손될 수 있다.
쌀 관세화는 시장을 무조건 열자는 것이 아니다. 시장을 개방하면 1986∼88년을 기준으로 국내 쌀과 국제 쌀 시세를 비교해 차액만큼 관세를 매긴다.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면 수입쌀이 국내 쌀보다 싸지기 힘들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쌀시장을 연 일본과 대만은 개방 이후 연간 추가 수입물량이 각각 200t, 500t에 그쳤다. 수입쌀 수백t이 두려워 수십만t의 시장을 내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소모적 논란을 접고 우리 농업을 살릴 방도부터 찾는 것이 현명하다. 정부도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대책을 마련해 농민을 설득해야 한다.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짜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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