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쌀 관세화 관련 국제토론회에 참여한 한 토론자의 일성이 뇌리에 남는다.
전 세계적인 차원의 식량위기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한국농업 역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쌀 개방 문제가 쟁점화되고 있는 현시점이 역설적으로 한국의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골든 타임을 잘 활용하면 어려운 시국에도 식량주권과 우리 농업을 구조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2000년도 우리 쌀 생산량은 529만톤이었는데 13년 이후인 2013년에는 423만톤으로 약 18%인 106만톤이 감소했다. 또한 이 기간동안 쌀 재배면적은 107만ha에서 83만ha로 감소했으며 쌀 재배 농가수도 약 108만 농가에서 70만 농가로 약 35%나 감소했다.
수입쌀의 경우 2000년 백미를 기준으로 약 15만5000톤 가량이 수입됐지만 2013년에 와서는 58만톤으로 약 4배가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쌀 자급률에 있다. 2000년 당시 쌀 생산량은 529만톤인데 소비량은 511만톤으로 생산량이 18만톤 많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쌀 소비량이 생산량을 추월, 2013년 생산량이 423만톤인데 소비량은 449만톤으로 26만톤이 부족했다. 쌀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쌀이 남아돈다는 개념은 식량주권을 포기한 개념에서 출발한다.
필리핀이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면서까지 쌀에 대한 특별취급에 관한 의무면제(웨이버)를 요청, 2년여의 공을 들여 최근 WTO상품무역이사회에서 승인을 얻어냈다. 필리핀이 MMA 물량이 2.3배 증액되는 조건까지 들어가며 웨이버를 얻어낸 것은 생산성과 경쟁력 증가를 통해 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실제 필리핀은 이러한 쌀 산업진흥책을 통해 2004년 쌀 자급률 87.8%에서 2012년 91.4%까지 끌어올렸으며 지금도 쌀 증산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쌀은 시장경제 논리를 떠나 식량주권의 문제이며 국민 전체의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WTO통보전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정부, 농민, 국민 합의를 이뤄 국회가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특히 쌀 관세화로 인한 식량안보나 농민들의 불안심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고율의 쌀 관세율을 보장하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는 등 쌀 종합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