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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두부제품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두부를 고르고 있다. 이곳 대형마트에 진열된 두부류 제품 중 80%는 주원료인 콩의 원산지가 외국산이었다. | |
26일, 서울시 도봉구 관내 한 대형마트. 콩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두부와 두유제품 코너를 찾아 품질표시사항 가운데 ‘원산지’를 확인했다.
일반두부와 부침용 두부·연두부·콩국물·콩비지·순두부 등 매장 안에 진열돼 있는 31개의 두부류 제품 원산지를 확인한 결과 원산지가 ‘외국산’으로 표기된 제품은 무려 25개였다. 10개 제품 중 8개가 수입콩을 쓰고 있는 것이다. 두유 제품은 두부류보다 더해 진열된 10여개 제품 중 원산지가 ‘국내산’인 것은 단 1개 제품에 불과했다. 심지어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두유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제품도 원산지는 호주나 미국산이었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의 두부 중소기업적합품목(이하 중기적합품목) 지정 이후 국산콩 두부나 두유시장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국내 콩 생산농가들의 하소연은 모두가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동반위의 두부 중기적합품목 제외와 함께 쌀 다음 가는 주요 곡물인 콩산업 육성을 위한 보다 견고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만 보고 ‘농가’는 외면한 콩 저율관세할당(TRQ) 제도개선 시급=콩 생산농가와 생산자단체들은 국산콩 생산기반 제고를 위해서는 수입콩 TRQ 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식용콩은 연간 30만t 안팎(콩나물콩 포함)이 수입되고 있다. 과거에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전량 국영무역 방식으로 반입됐지만 지난해부터는 민간업체도 수입권 공매절차를 거쳐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공급가격은 생활물가 관리라는 명목으로 6년째 1020원(1㎏ 기준)으로 묶여 있다. 이 가격은 지난해 국내산 도매가격보다 4735원이나 싸다.
‘물가안정’을 구실로 국내 콩가공업체들은 국산콩 가격의 20~30%에 지나지 않는 싼값의 TRQ 콩을 넘겨받아 두부나 두유 등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만성적인 수입콩 저가공급 구조에 따라 국산콩 가공수요는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TRQ 물량에 대한 두부산업 사용량을 보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12만6000t이던 TRQ 콩 두부 사용량은 2011년 12만8900t, 2012년에는 13만9700t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농업계는 동반위의 두부 중기적합품목 제외와 관련한 강력한 대응책 마련과 함께 콩 TRQ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콩생산농협 조합장들은 최근 협의회에서 수입콩 사용시 일정량의 국산콩 사용을 의무화하고 현재 수입콩 공급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낮은 공급가격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수입콩 사용업체들에게 수입콩 사용량과 비례해 일정량의 국산콩을 사용하도록 해 국내 콩 생산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물가관리 차원에서 일정량의 TRQ 물량 운영은 이해한다지만 국산콩과 대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공급가격은 문제”라며 “수입콩 공급가격의 현실화와 함께 TRQ 물량 축소, TRQ 증량분에 대한 국내산 연계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콩 육성틀 다시 짜야=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26% 수준인 콩 식량자급률을 2020년 41%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 중이다. 쌀시장 전면개방이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쌀 과잉문제 해소와 식량자급률 제고 차원에서도 쌀에 이은 제2의 주곡인 콩산업은 포기해선 안될 산업으로 인식해서다.
하지만 2011년 동반위가 두부를 중기적합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엇박자’로 국내 콩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 민간조직간 협력방안에서부터 유통단계까지 보다 면밀하고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콩생산 농업인은 “국책연구원인 농경연에서조차도 현재의 추이라면 식용콩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정부의 정책의지와는 달리 2019년 식용콩 자급률이 24%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국산콩 증산정책과 함께 수요확대 정책을 병행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성명환 농경연 연구위원은 “정부가 논콩 생산장려정책 등으로 콩 생산량 증산정책을 펼쳐왔으나 콩 가공식품 수요 진작을 위한 후속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며 “대기업에 대한 두부시장 신규진입 규제 등으로 국산콩 수요가 더욱 위축돼 두부제품 차별화를 통한 수요 확대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실 국내 콩산업을 살리는 데 있어 주체가 대기업·중소기업이 중요하지 않고, 중소·대기업간 연계를 통한 상생모델 개발이 절실하다”며 “수입콩 가격 및 국산콩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중소·대기업의 역할분담을 통한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국산콩 산업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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