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쌀 유통금지가 쌀 관세화 전환에 따른 수입 급증을 막고 국내 쌀시장 교란을 막을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혼합쌀 판매 금지는 수입쌀과 국산쌀을 혼합해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말한다.
혼합쌀 유통이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자 오인의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수입쌀 95%에 국산쌀 5%를 섞어 국산쌀로 오인할 수 있는 상표를 붙이면 원산지를 외국산이라고 표시해도 소비자가 속기 십상이라는 것.
실제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혼합쌀이 <氣(기)찬진미쌀> <農夫(농부)의 名作(명작)> 등의 상표로 판매되고 있다.
수입업자 입장에서는 수입쌀로 판매할 때보다 혼합쌀로 판매할 때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도매가격이 국내산의 60% 수준인 혼합쌀로 표시하고서, 국내산보다 약간 싸게 판매하면 이문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양곡관리법’이나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은 혼합쌀 판매업자가 원산지와 혼합비율만 표시하면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굳이 포대갈이와 같은 불법을 동원해 원산지를 둔갑시키지 않아도, 수입쌀업자가 혼합쌀 판매로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된 셈이다.
혼합쌀 유통금지는 농업인단체와 국회가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농업인단체는 쌀 발전대책에 혼합쌀 유통금지가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는 관련법이 발의된 상태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과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최근 혼합쌀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포장된 상태로 수입된 쌀(현미 제외)의 재포장을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사용·처분한 양곡판매액의 5배 이하로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쌀·현미 등 모든 양곡의 혼합판매를 금지하며, 어길 시에 정부관리양곡의 매입자격 제한, 영업정지 및 영업장 폐쇄를 지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혼합쌀 판매를 신고하면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이러한 혼합쌀 판매금지 법안은 4월에도 2건이나 발의된 바 있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과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현재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상임위에서 병합심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도 18일 쌀 관세화 선언 때 ‘국산쌀·수입쌀 혼합판매 금지’와 ‘쌀 부정유통에 대한 제재 강화’를 쌀 발전대책의 하나로 밝혀, 혼합쌀 유통금지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혼합쌀 유통금지 관련 법안을 심의할 때 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처럼 혼합쌀 유통으로 시장혼란을 겪었던 대만은 12월부터 혼합쌀의 시중판매를 금지하고 위반 때 처벌을 강화토록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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