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언론에서 밀가루를 마치 못 먹을 음식처럼 보도한 것은 대표적인 푸드패디즘(식물이나 영양이 건강이나 질병에 주는 영향을 과신하거나 과대평가하는 것)의 사례이다. 대부분의 곡물(밀, 보리, 호밀, 귀리 등)에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들어 있고 이 단백질에 특이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설사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셀리악병(celiac disease)은 주로 서양 사람에게서 관찰되는데 1000명 중 3명 또는 1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인에게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희귀한 병이다.
셀리악병에 대해서는 국내 의학계와 식품영양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있고 특이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에게는 맥류 음식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것은 새우나 땅콩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식이 조절을 하면 된다. 그것을 마치 새로운 발견이나 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하는 일부 사람들의 무지와 경솔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밀과 보리는 우리의 제2의 주식으로 수천 년을 먹어온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못 먹을 것처럼 말하고 보도하는 것은 이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불신을 일으키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고, 안심하고 먹어야 하는 음식에 대해 이처럼 경박한 행동을 하는 것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나는 1997년과 2007년 '식품위생사건백서 I·II'를 저술한 바 있다. 삼양라면 우지 사건에서부터 화학 간장 사건, 화학조미료(MSG) 논란, 사카린 안전성 논쟁, 통조림 포르말린 사건, 쓰레기 만두 사건 등에서 대부분 식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고발이나 언론 보도에 기인하였음을 확인했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건강한 기업을 파산시키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이런 일들이 식품에 대한 불신감을 쌓이게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처럼 근거 없는 오보를 발표했을 때는 그 진실 여부를 끝까지 파헤쳐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나라도 없을 것 같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