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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농업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통일 대박론’ 때문이다. 과거처럼 논의로 그칠 것이 아니라, 통일농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통일농업이 통일의 물꼬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통일농업을 준비하지 못하면 통일 이후 식량난을 겪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통일농업은 남북농업협력과 통일 이후 농업을 아우른 개념이다.
◆통일농업 논의, 정부가 불지펴=박근혜 대통령은 1월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강화와 민간교류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5·24조치로 꽉 막혔던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신호탄이자 새로운 통일담론을 제시한 셈이다. 5·24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여파로 취해진 남북관계 단절 조치다.
이후 남북교류의 얼굴마담격인 통일농업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됐다. 통일부는 2월 초 “농축산·산림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7일 농식품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련기관·단체·전문가 15명이 참여하는 ‘남북농업협력추진협의회’를 발족, 남북농업협력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드레스덴선언으로 한걸음 더=통일농업의 논의를 급속히 달군 것은 3월28일 박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선언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농업·축산·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해야 한다”며 “씨뿌리기에서부터 추수까지 전과정에서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그 수확물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15일 닻을 올린 ‘남북 평화통일 준비를 위한 민관 합동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에도 농업계 전문가가 포함돼 통일농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통일부도 이전과 달리 남북농업협력에 전향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6월4일 경남통일농업협력회가 추진하는 통일딸기사업을 중단 3년 만에 다시 승인했다. 7월8일에는 월드비전의 방북 신청을 승인해 ‘남북 공동 영농사업’ 추진 실무협의가 진행된 데 이어 같은달 15일에는 농업·축산 등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에 3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국내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지원에 정부 기금을 처음으로 투입한 것이다.
◆통일농업 준비 서둘러야=정부의 이런 움직임과 함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일농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연간 식량소비량이 530만~550만t인데, 통일이 되면 소비량이 현 수준보다 최소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면서 “통일 이후 식량안보를 위협받지 않으려면 통일농업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농업생산성이 낮고 농업기반시설도 낙후된 만큼, 통일농업 준비를 서둘지 않으면 통일 후 식량부족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용범 서울시립대 교수도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비해 농업분야에서 상호 교류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북한농업 각 분야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한 뒤, 이를 근거로 정부기관과 민간단체 등이 상호 협력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통일농업에 북한의 자존심을 건들거나, 북한이 싫어하는 논리가 부각돼서는 안된다는 것. 북한은 농업협력이 포함된 드레스덴선언에 대해서도 흡수통일 논리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통일농업 방향은=통일농업의 방향은 단기적으로 민간차원의 농업협력이 최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민간단체가 북한에 맞는 맞춤형 농업협력사업을 펼치는 것이 북한의 거부감을 없애는 동시에 실효성을 올리는 방안이라는 것.
북한 맞춤형 농업협력 방안으로는 식량생산 증대(씨감자 증식·농자재 지원), 농업기반 조성(제방 복구·간이관개시설), 축산 지원(소가축 지원·잠업개발), 농업기술 교류(농업기술교육 훈련·공동연구) 등이 거론된다.
중기적으로는 남북간 농업협력 협의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남북은 2005년 8월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개최해 ▲협동농장 협력사업 ▲농업과학기술 교류 ▲우량종자 분야 협력 ▲산림부문 협력 등을 합의한 바 있다. 2007년에는 남북정상회담(10월), 제1차 남북총리회담(11월), 농수산협력분과위원회(12월)를 잇따라 열어, 산림녹화·병해충 방제 등 구체적인 농업협력 방안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했다.
드레스덴선언에 언급된 ‘복합농촌단지’사업도 주요 대안이다. 다만 북한이 복합농촌단지처럼 인적교류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협력사업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변수다. 하지만 북한의 동의하에 북한농업의 자생력 증진을 위한 복합농촌단지사업이 추진된다면 상당한 실효성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관개체계 개편, 간척지 복구, 황폐산림 복구 등 정부차원의 대단위 농업개발협력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북한내 농업시설기반을 서둘러 복구하기 위한 조치다.
북한이 희망하는 식량·비료 원조와 함께 농업과학기술 교류도 적극 검토돼야 할 대상이다. 통일농업에 대한 정책연구도 강화돼야 한다. 통일농업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통일농업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신 여론의 역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북농업협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퍼주기 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 뒤 실질적 성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통일농업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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