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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을 눈앞에 두고 농업계에서 쌀산업 발전 방향 수립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쌀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것이 그리 녹록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격 요인을 비롯해 소득·인구·식생활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증가율과 1인당 쌀 소비 증가율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구증가율에 대한 최근 동향을 보면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 작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이었으며 2001년 이후 1.3명 미만의 초저출산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총인구는 2016년 5165만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100년에는 총인구가 2222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쌀 소비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여 2013년에는 67.2]에 그쳤으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2.2%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웃 일본의 쌀 관련 정책변화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작년부터 새로운 경영소득안정대책으로서 밭작물 직불제와 논 활용 직불제를 도입하면서 논밭을 구분하지 않고 소맥·대맥·대두 등 식량작물에 대해 수량기준의 직불금과 면적 기준의 직불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반면 논에 대한 면적단위 직불금을 2014년부터 50% 축소하고 2018년에는 완전 폐지하기로 했으며, 쌀값변동보전 직불금은 올해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수요 감소로 과잉문제가 심각한 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보조를 하지 않고 대신 수요는 많으나 경영 수지가 맞지 않아 공급이 부족한 소맥·대맥·전분 등에 대한 보조를 늘리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쌀 과잉 문제가 만성적이며 그 심각성이 클 뿐 아니라 겸업농이 일반화돼 있는 일본의 경우 쌀 직불금의 축소가 농가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농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농업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쌀 수급 사정을 보면 2007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맞았지만 우리는 충분한 재고량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위기를 넘겼으며 그 후 지속적인 풍작으로 오히려 쌀 과잉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돼 논 농업 전환대책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영향과 태풍 등 나쁜 기후조건으로 2010년 미곡년도부터 3년간 쌀 자급률이 80%대로 떨어져 식량 위기론이 등장했으나 작년의 풍작으로 다시 과잉문제가 제기되는 등 기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다. 이것이 만성 쌀 과잉 상태인 일본과 다른 점이다.
우리 농업인들은 많은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매우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 쌀 재배면적은 쌀 소비 감소율과 비슷하게 매년 1~2%씩 줄여가고 있으며 2003년 요소비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 2010년 논농업 다양화 사업 추진 등 쌀 농업에 대한 충격이 있었던 해에는 5% 가까운 재배면적 감소가 나타난 점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쌀 소비의 고급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고품질 쌀, 기능성 쌀의 재배면적이 이미 6%를 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쌀만 식량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식량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정책의 신뢰성과 정보, 그리고 약간의 정책적 배려만 주어진다면 우리 농업인들은 식량문제도 충분히 해결해 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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