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전시(戰時)를 대비한 을지훈련이 실시됐다. 농업분야에서도 전시에 알맞은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는 당면한 현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업인들이 생업에 전념하게 해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농지가 부족했던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다. 조선은 임진왜란 당시 곡창지대인 호남을 지킨 이순신 장군 덕택에 왜군을 몰아낼 수 있었다. 단기전에서는 식량 보유량이 안보의 핵심사항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나 임진왜란과 같은 장기전에서는 농경지 면적과 토지 생산성 그리고 비료·농약·종자 등 농자재의 공급능력이 안보의 핵심이 된다.
전시에 대부분의 비료공장은 파괴되거나 용도가 전환돼 생산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비료가 없으면 농작물을 제대로 기를 수 없게 된다. 비료대체자원으로 가축분 퇴비나 액비·녹비작물이 있지만 전시에는 효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비상시를 대비해서 국가가 비료 등 농자재 공장의 기본 가동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비료생산량의 28%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수출됐다. 현재 수준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간 114만4000t가량의 비료가 반드시 공급돼야 한다. 식량이 부족한 북한이 비료공급을 요청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시대비 비료 공공비축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시에는 다수확 생력재배에 적합한 종자 확보도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농가는 고품질 품종을 재배하고 있어서 전쟁이 발생하면 다수확 품종을 재배할 길이 없다. 소비측면을 고려한 정부의 쌀 공공비축제는 전시에 쌀을 자급 생산하는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초다수성이면서 재배하기 쉬운 벼 종자의 공공비축제도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2012년 6월 ‘리우+20 정상회의(유엔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라는 선언문이 발표됐다. 이를 위한 첫번째 행동 계획과 후속 조치는 빈곤 타파, 두번째는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이었다. 이는 세계 정상들이 미래 사회경제와 기후변화 속에서 빈곤 타파와 지속적인 안전 농산물 생산 농업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 결과였다. 이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농경지를 식량은행에 빗대 ‘현재 세계인들은 식량을 인출만 하면서 자산인 농경지는 다른 용도로 전환하고 있어 미래에 식량부도의 위기를 겪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통해 토지안보(Soil Security)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엔은 2015년을 ‘세계토양의 해’로 정하고 토양보전을 위한 다양한 국제 활동을 준비 중에 있다. 2014년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에서도 토지안보가 핵심논제 중 하나였다. 토지안보는 미래의 식량부도를 막기 위해서 농경지면적 확보와 토지생산성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대책수립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품종도 재배할 토지가 없으면 식량을 공급해줄 수 없다. 또한 농경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분의 적정함량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시급하며, 읍·면·동의 주산단지 중심으로 토양검정을 실시해 비옥도를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또한 농촌진흥청의 정부3.0사업처럼 토양비옥도의 변화정보를 농산물품질인증프로그램에 전자문서로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농업인들의 토양관리 인식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토지는 빗물을 받아들여 동물과 식물·미생물들이 자라게 하며 우리에게 식량과 식수·휴식 공간 등을 제공해준다. 토지안보는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성돼야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