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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책정한 쌀 관세율 513%는 우리 쌀시장을 보호하는 관세장벽으로는 부족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관세율 513%를 적용한다는 것은 수입쌀의 국내 도입가격이 수출가격의 6배를 웃돈다는 의미다. 이런 가격으로는 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국제 검증 과정에서 513%를 관철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① 관세율 어떻게 산정했나
513%는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이다. 애초 관세율은 400% 전후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고율관세 책정이 가능했던 것은 기준연도 국내외 쌀값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관세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세상당치(TE)는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 부속서 5’에 따라 기준연도인 1986~1988년 국내산 도매가격(내부가격)과 수입가격 또는 인접국의 ‘적절한’ 수출입(외부가격)의 차이로 산출한다. 정부는 내부가격으로 농수산물유통공사(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국내 소비지 도매가격 중 상품(上品)과 중품(中品)의 산술평균가격을 사용했다. 외부가격은 중국의 수입가격을 활용했다. 당시 중국은 연간 40만t의 외국쌀을 현미와 백미 형태로 수입했다. 일본 역시 연간 2만t의 쌀을 수입했는데, 대부분이 주정용에 쓰인 쇄미(싸라기)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준연도에 우리나라가 연구용 등으로 외국쌀을 소량 수입했지만, 상업용도로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중국 자료를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산출된 TE는 571%로 알려졌다. 관세율은 TE에 개도국 최소감축률 10%가 적용됐다. 571%에 0.9를 곱하면 513.9%가 나온다. 정부가 관세율을 513.9%의 반올림인 514%가 아닌 513%로 책정한 것은 검증 과정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관세율을 514%로 책정하면 TE와 관세율의 차이 57%포인트는 TE의 9.98%가 된다. 이렇게 되면 ‘개도국 최소감축률 10%를 위반했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② 후속절차는
정부는 조만간 국회에 쌀 관세율을 보고하고 이달 25일쯤 WTO 사무국에 관세율과 의무수입물량 관리방식 변경안을 담은 수정양허표(개방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 쌀 관세율을 명시한 ‘세계무역기구협정 등에 의한 양허관세 규정’과 쌀 특별긴급관세(SSG) 부과 근거를 담은 ‘관세법 시행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관건은 10월부터 진행될 검증이다. WTO 회원국들의 검증 기간은 3개월이다. 이 기간에 WTO 회원국의 이의 제기가 없으면 관세율 등 수정양허표는 그대로 확정된다. 그렇지만 검증이 올 연말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율관세 외에도 의무수입쌀의 밥쌀용 비중(30%) 삭제, 미국·중국·호주·태국에 배정된 국별쿼터 소멸, 대북지원·해외원조 제한규정 삭제 등 쌀 수출국들에 불리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2004년 쌀 관세화 연장 협상에는 쌀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 캐나다·아르헨티나를 비롯해 9개 나라가 참여해 우리 정부를 괴롭혔다. 쌀을 빌미로 다른 분야의 양보를 받아낼 의도였다.
이번 검증 과정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관세율 통보부터 검증 완료까지 19개월, 대만은 56개월이 걸렸다. 대만은 고율관세를 얻으려고 국별쿼터를 내줬고, 의무수입쌀의 해외원조권과 사료용 처분권도 얻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만은 최대한 높은 관세를 얻으려고 WTO에 규정된 기준연도를 바꾸는 등 많은 약점이 있었다”며 “특히 WTO 통보 전 국회로부터 관세율에 대한 비준동의를 받았는데, 검증 협상에서 이를 지키려다 많은 걸 잃었다”고 말했다.
#추가수입 가능성은?
미국쌀 38만원·중국쌀 52만원 추산
정부 “고관세장벽 넘기는 어려울것”
정부는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의무수입쌀 외에 추가로 수입될 외국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수입쌀이 아무리 가격경쟁력이 높아도 513%란 관세장벽을 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시장에서 미국산 중립종 쌀은 80㎏들이 한가마당 6만3303원에 거래됐다. 미국쌀이 이 가격에 수입된다면 관세 약 32만4746원이 붙어 국내 도입가격은 38만8049원으로 껑충 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한 중국쌀의 국내 반입가격은 52만2134원, 태국쌀은 27만7259원이다. 지난해 국내 산지 쌀값 17만4871원보다 1.6~3배나 비싸다<그래프 참조>.
게다가 지난해 1t당 600달러대이던 미국쌀이 올해는 1000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국내산 가격은 9월15일 현재 80㎏들이 한가마가 16만6764원으로 떨어졌다. 관세가 포함될 수입쌀과 국내산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가장 비관적인 전망, 즉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쌀이 선진국 민감품목으로 분류되고 환율과 국제 쌀가격이 불리하게 전개되더라도 10년 후 수입쌀의 공급가격은 국내산보다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훈 농경연 연구위원은 “우리 소비자들은 수입쌀이 확연히 싸지 않으면 구입하길 꺼린다”며 “향후 우리 쌀산업은 (수입쌀에 관계없이) 국내 수급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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