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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국적 종자기업 라이스텍(Rice Tec)은 1997년 인도의 향기나는 토종 쌀인 <바스마티>에 대해 국제 특허를 추진, 품종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 수천년간 인도에서 재배됐고 인도 국민들로부터 널리 사랑받아온 <바스마티>쌀 품종의 권리가 한순간에 미국 종자기업 소유로 뒤바뀐 것이다. 인도 정부는 발끈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도에서 전통적인 고유 식품으로 사용해왔는데 기업체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정면 대응에 나서 결국 특허권을 무효화하고 자국 자산으로 등재했다. 인도 <바스마티> 쌀의 소유권 분쟁은 생물자원의 도용을 막은 최초의 사례다. 이처럼 특정 국가의 고유한 생물자원을 무단으로 가져가 이용하는 행위를 막는 나고야의정서가 12일부터 발효됐다.
◆나고야의정서 발효=‘나고야의정서(ABS의정서)’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이다. 생물자원 활용에서 생기는 이익 공유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현재 92개국이 의정서 서명국으로 참여했고, 이 가운데 51개국은 자국내 비준을 마쳐 12일부터 국제규범으로 정식 발효됐다.
이에 참여한 나라들은 앞으로 생물자원 이용시 그 자원을 제공하는 나라에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며, 여기서 발생한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을 계약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
한마디로 <바스마티> 소유권 분쟁처럼 국가 또는 기업이 다른 나라의 고유한 생물종을 이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우리나라는 식물유전자원(종자 및 영양체) 1777종(21만9916점)을 보유해 미국·중국·인도·러시아·일본에 이어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농생명산업 및 바이오산업 소재의 해외생물자원의존도가 67%에 달해 생물자원 이용국 입장이 강하다. 때문에 나고야의정서 발효는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관련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자원 의존율이 높은 신품종 육성과 첨단 신약 개발 등 종자·바이오산업의 연구개발 제한 및 추가비용 부담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는 의정서 발효로 국내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3500억~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유전자원 도입과 해외위탁생산을 많이 하고 있는 국가연구기관이나 민간 종자회사 등에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 발효된 ‘식량농업식물유전자원국제조약(ITPGRFA)’에 따라 벼·보리·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작물 등 64개 작물을 제외한 국내 종자시장 규모의 70%에 이르는 원예·약용작물 등이 이번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생물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 지침의 주요 적용 대상이 돼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영향을 고려해 자원이용국 입장에서 서명국으로 참여하고 있고 국내 비준 문제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미국은 협약에 서명도 하지 않았고, 일본 등 많은 자원이용국들 역시 비준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향후 협상이 관건=중장기적으로는 나고야의정서 발효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자원제공국과 이용국간 입장차가 커 나고야의정서가 산업에 통용될 실질적인 국제규범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의정서 발효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향후 자원 제공국과 이용국간 쟁점에 대한 입장 조율과 기준 틀을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익공유 소급(적용)시점, 생물유전자원의 파생물까지 적용대상 여부, 의정서 의무준수 위반시 국제법으로 제재할지 등을 놓고도 입장이 엇갈려 있다. 13~17일 강원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제1차 나고야의정서 회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전문가들은 나고야의정서를 ‘생물자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지칭하며 향후 다양하게 전개될 국별 협상에 대비해 법률 및 제도기반 정비와 농업유전자원 R&D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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