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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는 세대와 지역, 이념과 계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수많은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경제성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 후 한동안 정체돼 있으며, 세계경제포럼(WEF)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은 2007년 11위로 최고 순위에 오른 뒤 거의 매년 하락해 올해는 26위까지 밀려났다.
사회 갈등이 치유되지 않고 방치되면 사회는 더욱 분열되고 경제는 발전이 저해돼 우리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아르헨티나를 통해 이런 현상들을 경험했다.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액이 서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세계 5대 경제부국이었으나 분배갈등의 관리 실패로 중남미에서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추락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대통합이 주요 국정과제로 인식되고 상생과 통합에 의한 갈등 완화 및 관리시스템 구축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정부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농축산업과 제조업 사이에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고 분열이 야기돼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최근 정부가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농축산 강국들과의 FTA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FTA까지 맺으면서 국내 농축산업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농민단체들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축산업을 지원할 수 있게끔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위한 법안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무역이득공유제란 FTA로 인해 손해를 보는 국민(농축산농가)이 생긴다면 당연히 FTA를 추진한 국가와 이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산업(수출기업)분야에서 이들에게 피해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이 제도는 손해를 본 자가 이익을 본 자로부터 손실을 보상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존 힉스의 ‘보상원칙’에도 부합한다. 농민과 학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FTA 피해 해결과제로 응답자의 62%가 무역이득공유제를 꼽았다.
문제는 농촌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FTA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해 현 정부가 도입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부담과 함께 타 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는 합법적인 영업활동에 따른 정당한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자유시장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한 초과이익공유제처럼 명백한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하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FTA로 인해 농축산업은 큰 피해를 입은 반면 수출기업은 관세철폐로 인해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는 만큼 정부가 FTA 무역이득공유제를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은 없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정치적·사회적 불만이 유발되고 투자가 위축되며 경제성장이 저하된다. 피해산업과 피해계층이 명백한데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위헌이다. 상생과 통합의 차원에서도 ‘농업의 희생을 등에 업고 얻은 제조업 분야의 이익에 대한 일정부분을 농가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단순히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임할 때에 상생과 통합이 이룩될 것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개방시장은 자본주의의 혜택이 공유되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회적·법적·정치적 제도 내에 마련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 행복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통합이 중요하다. 국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이 있는데도 그 책임소재가 있는 정부와 이익을 취한 쪽에서 외면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민주사회가 아니다. 상생과 통합을 위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은 경제민주화의 길이기도 하며, 사회정의와 국가 통치 철학에 해당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FTA를 ‘효율’의 관점뿐만 아니라 ‘정의’의 관점에서도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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