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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하산 프로젝트는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및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한·러 공동성명’으로 추진됐다. 이 프로젝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북한 접경도시 하산(Hassan)과 북측의 나진항까지 철도 54㎣를 연결하고 나진항의 제3부두를 개발하는 철도·항만사업이다. 2014년 11월29일 러시아산 석탄 4만5000t을 실은 중국 선박이 나진항을 떠나 포항에 입항함으로써 사업은 첫 결실을 보게 됐다.
극동지역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에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성공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주민이 거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목재·석탄 등 자연자원뿐 아니라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수출해야 하며, 현재 불완전 부동항(不凍港·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더 남진(南進)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동해로의 접근이 막힌 중국도 나진항 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북측의 나진·선봉경제특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동북3성지역 개발에 나진항은 꼭 필요한 항구다. 예를 들어 소득향상으로 더 많은 육류소비를 원하는 동북3성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료곡물을 수입할 경우, 나진항을 이용하면 단둥을 거치는 것보다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만약 핵을 보유했다면 이제부터는 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므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자본이 부족한 북측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지게 된다.
남북 분단으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우리나라도 유럽대륙과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다. 중국으로 돌아가면 구소련연방국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을 다시 통과해야 하나, 러시아를 통하면 이미 구축된 시베리아철도로 파리까지 한번에 연결된다.
필자는 10월 초 연해주에 진출한 우리나라 농기업들의 현황 파악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바 있다. 기업체 면담에서 확인된 애로사항 중 하나는 생산한 곡물을 한국으로 반입하기 위한 연해주의 유통인프라 부실이었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이미 처리용량 초과상태이고, 동절기에는 일부만 이용이 가능하다. 또 시설이 낙후돼 있고 곡물선적시설은 자국 곡물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해주 남단의 자루비노항이나 나진·하산 사업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 실현 가능성에는 회의적이었는데, 최근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는 현재 광물자원물류만 계획돼 있고 농산물 물류는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동량 등 경제성이 확보되면 간접투자로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입장이다.
필자가 <농민신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한대로 식량주권 문제는 경제성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가 강소국으로나마 세계무대에 서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현재 현대상선·코레일·포스코 등의 투자 이외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통한 농업물류 투자도 고려돼야 한다.
직접투자가 어렵다면, 러시아에 투자법인을 설립해 간접투자하거나 현재처럼 러시아와 북한의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의 지분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나진과 속초·강릉 간 철도를 통해 연해주의 한국 농기업이 생산한 콩·옥수수 등 사료작물을 반입하고 동절기에는 한국에서 생산한 과일·채소류 및 가공식품을 러시아에 수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 철도의 광궤(廣軌)와 우리나라 표준궤를 연결하는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인접국들의 모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난다(What should happen will happen)’는 믿음을 가지고 농업물류가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포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나진항은 아직 한가롭다. 과연 계속 한가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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