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한반도 1/5 크기의 좁은 국토에 연중 맑은 날이 50여일에 불과하고 음습한 겨울 기후, 빈약한 부존자원, 인구 560만에 불과한 소국이다. 지정학적으로도 북해건너로 영국, 대륙으로는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주변에 프랑스와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많은 어려운 환경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는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한 유엔의 세계행복지수조사에서 2012?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2011년 조사에서도 생활만족도 1위, 직업만족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행복대국’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유엔조사에서 2012?13년 각각 56위와 41위, OECD조사에서 각각 26위와 27위로 최하위수준에 머물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세계적인 완구회사 레고(LEGO)와 컨테이너 선복량 세계 1위의 해운회사 머스크(Maersk)가 덴마크기업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덴마크의 ‘행복대국만들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전 온 국민을 절망과 무기력에 빠뜨렸던 ‘거대한 상실’을 극복한 국민적 각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1814년에 지금의 노르웨이땅을 스웨덴에 뺏긴데 이어 1864년에는 다시 국토의 1/3, 인구의 2/5를 프로이센(오늘의 독일)에 내준 이후 덴마크는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모토 아래 과거의 대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행복한 소국을 향한 기초를 다져온 것이다.
국내 한 언론인의 심층취재에 따르면, 이 시기 덴마크부흥은 그룬트비(N. Grundtvig)의 ‘깨어있는 농민되기’교육?자발적 협동조합운동을 통한 농촌공동체의 복원?달가스(E. M. Dalgas)의 황무지개간 등 세가지 혁신운동과 함께 시작됐다. 이들 세 운동은 모두가 민간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일어남으로써 자생력을 지닐 수 있었으며 뒤이은 산업화과정에서 ‘깨어있는 노동자’ ‘깨어있는 시민’으로 진화하였고 19세기말 신뢰와 연대에 기초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폭력없는 민주주의사회를 건설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기업에게는 노동자채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보장하고 노동자에게는 안정된 소득과 고용을 보장하며 정부는 노사간 신뢰에 접착제역할을 맡는 덴마크의 유연안전성모델(flexicurity=flexibility+security)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참가한 대규모파업과 이에 맞선 직장폐쇄 등 4개월간의 극한대립 끝에 성사된 1899년의 ‘9월 대타협’이라는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약간 실업율이 높아지고 복지급여가 조정되는 속에서도 그 효용성을 재평가받고 있는 덴마크의 노동자?경영자?정부간의 ‘신뢰의 체인’은 노조조직율 70%에 육박하는 노동자들의 단합된 힘, 경영자들의 노동자에 대한 신뢰와 대등한 파트너관계 정립, 사회민주당과 보수정당연합간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연속성을 지녀온 사회안전망정책,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의 180개국 대상 조사에서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 1위(우리나라는 46위)를 차지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신뢰 등 오랜 기간 쌓아온 사회적 자본의 산물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가 구성원간의 상호신뢰와 연대협동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덴마크의 경험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