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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쌀 양허표 수정안(쌀 관세화 이행계획)에 대해 미국·중국 등 5개국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가 이의를 철회할 때까지 양자 협의를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에 쌀 관세율 인하, 쌀 의무수입물량(MMA) 중 밥쌀용 비중 유지, 자국의 기존 수출 물량 보장, 통상 현안 해결 등 다양한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관세율 낮춰라”=이번 이의 제기의 핵심은 우리가 제시한 관세율 513%의 산정 방식이 정확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다시 말해 513%가 너무 높으니 이를 하향 조정하라는 얘기다.
우리는 관세율을 산정할 때 국제 가격으로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의 수입 가격을 사용했다. 관세율은 기준연도(1986~1988년)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인 관세상당치(TE)에서 10%를 차감해 산출되는데, 당시 우리나라가 수입한 쌀은 물량이 연간 790t가량으로 미미한데다 대부분 외화 획득을 위한 가공용으로 사용했고, 관련 자료의 신뢰성도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실제 수입한 쌀 가격을 대입하면 쌀 관세율은 200% 초반대로 대폭 낮아진다. 이의 제기국들은 이 점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관세율을 정한 만큼 513%를 지켜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WTO도 해당 국가가 수입한 쌀의 가격이 부적절하면 인접국의 가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밥쌀용 비중 유지하라”=MMA 물량 중 밥쌀용 비중을 유지하라는 요구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우리는 쌀 MMA 가운데 30%를 밥쌀용으로 수입했다. 2004년 쌀 협상에서 관세화 재유예를 위한 대가였다. 2004년 이전까지 MMA 쌀은 전량 가공용이었으나 쌀 수출국들의 강한 반발로 밥쌀용 의무 수입 비율을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9월 쌀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제출할 때 이 30% 조항을 삭제했다. 밥쌀용이나 가공용을 구분하지 않고 우리의 판단에 따라 수입하겠다는 얘기다. 2015년 양곡수입대금 예산도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밥쌀용과 가공용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해 3100억원가량을 편성했다. 일반적으로 밥쌀용 쌀은 가공용보다 등급이 높고 가격도 10%가량 비싸다. 또한 쌀 수출국 입장에서는 수입국 시장을 실질적으로 파고드는 효과가 있다. 이번에 이의를 제기한 국가들이 밥쌀용 비중을 계속 유지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기존 수출 물량 보장하라”=이의를 제기한 5개국 중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기존 국별 쿼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앞으로 이들은 높은 관세율을 문제 삼으면서 결국 자신들이 기존에 수출하던 물량을 보장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별 쿼터는 2004년 우리나라가 쌀시장 개방을 10년 더 미룰 때 그해 전체 수입량 20만5228t을 과거(2001~2003년) 수입실적에 따라 미국(5만76t)·중국(11만6159t)·태국(2만9963t)·호주(9030t)에 배분한 이후 지난해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관세화 시행에 따라 1월1일부터 글로벌 쿼터로 전환됐다. 어느 나라건 국제 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국가가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 국별 쿼터 보유국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출 판로가 없어진 셈이다.
태국과 쌀 수출 1·2위를 다투는 베트남도 국별 쿼터에 관심을 드러냈다. 베트남은 관세율과 함께 MMA 물량 운영방식을 질의하며 협의를 요청했다. 베트남은 2004년 우리나라의 쌀 협상에 참여하지 않아 국별 쿼터를 배정받지 못했다.
관세율 검증을 위한 양자 협의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이 일본은 약 2년, 대만이 약 5년 걸렸을 정도다.협의가 길어질수록 기존 수출 물량 보장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경우 국별 쿼터를 만들어 이의 제기를 철회시킨 바 있다. 우리 정부도 ‘513% 관철’을 전제로 국별 쿼터를 다시 부여하는 방안 등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현안 제기 가능성도=쌀 관세율 양자 협의를 지렛대로 삼아 해묵은 통상 현안을 해결하려는 시도도 예상된다. 실제로 2004년 쌀 협상에는 9개국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인도·파키스탄처럼 우리 국민이 잘 먹지 않는 장립종 쌀 생산국은 물론 쌀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 아르헨티나·캐나다까지 참여했다. 관세화 연장을 대가로 축산물 검역 완화와 같은 현안을 해결하려는 시도였고, 우리는 상당 부분 양보했다.
1999년 일본이 제출한 관세율 검증 협상에도 4개국이 참여했다. 이 중 유럽연합(EU)·아르헨티나·우루과이는 과일과 축산물 수출 확대를 목적으로 협상에 나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앞으로 진행될 양자 협의는 관세율 산정 방식의 정확성에 관한 것으로 한정된다”며 “여타 통상 문제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의 제기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이 결국 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방사능 유출 사태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김상영·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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