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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멕시코·필리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때 찬란한 문화의 중심이었거나 혹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2008년의 ‘식량위기’로 다수의 가족농이 붕괴된 나라들이다.
이집트는 나일강 덕분에 일찍이 식량을 자급했으나 최근에는 매년 국내 소비량의 절반 정도 밀을 수입하고 있다. 이집트가 가격이 높은 원예작물을 생산해 수출하고 값싼 식량작물을 수입하는 정책으로 우선순위를 변화시켰기 때문인데, 거센 식량위기의 폭풍은 이집트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주식인 옥수수를 자급했던 멕시코는 미국의 환심을 사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빨리 체결하기 위해 1991년 미국산 옥수수에 대한 수입규제를 완화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해 멕시코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옥수수는 첫해에 37만t에서 485만t으로 급증했고, 그 후 10년 동안에 130만가구의 가족농이 파산했다.
한때 벼농사 강국이었던 필리핀은 ‘부족한 식량은 수입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업화에 전념, 1990년대에 농업부문 투자액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그러나 공업화 속도는 지지부진했고 베트남·태국 등에서 수입되는 막대한 양의 쌀 때문에 벼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많은 가족농들이 붕괴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들 세나라에서 시행된 정책을 합하면 한국의 산업 및 무역정책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 가족농의 장래를 걱정하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은 무의식중에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나 휴대전화를 수출해 쌀·쇠고기를 수입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고, 또 정부는 멕시코처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발효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가족농을 육성하기 위해 전업농을 중심으로 규모 확대를 촉진하고, 젊은 후계 가족농을 양성하며, 규모화나 전문화가 어려운 가족농은 협동화를 유도하겠다”는 1998년의 ‘가족농 육성정책’이 엠비(MB)정부에서는 “2012년까지 기업형 주업농 20만명과 1만여개의 농업법인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바뀌는데 이의 핵심은 기업에게 농업의 문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제 대규모의 기업형 가족농을 제외한 대다수 소규모 가족농은 정부의 정책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의 가족농은 1987년 180만호에서 2013년 110여만호로 줄어들었다. 많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많이 살아남았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학자들은 정부의 정책도움보다는 가족농들의 자구노력 결과라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이 숫자는 더 빨리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가족농들은 전문화·규모화된 농업인들과의 경쟁, 가격보다 더 빨리 상승하는 투입재 비용, 특허에 대한 로열티 지불, 영농자금 대출 등으로 매우 힘들어한다. 아울러 대자본을 갖춘 기업들이 농업분야에 진출하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가족농의 해체는 범세계적으로 진행중이다.
66차 유엔(UN)총회는 2014년을 ‘가족농업의 해(International Year of Family Farming)’로 지정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가족농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농업의 유지를 위해서는 가족농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가족농의 해가 지난 지 채 두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농산물 수출을 위해서는 가족농을 기업연합농이나 협동조합농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연합농이나 협동조합농으로 변화시켜도 그 구성인자는 역시 가족농이다. 가족농만이 닥쳐올 식량·환경·인구·도시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비록 이윤이 낮아도 ‘소박한’ 수준만 달성되면 상당기간 동안 가족농은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그 후를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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