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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공영방송인 KBS는 <슈퍼차이나>라는 제목의 신년특집 7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2편 ‘머니 파워’를 시청한 이후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필자가 23년 전 미국 유학 때 만났던 초라한 중국 유학생들의 나라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라든지, ‘10년 전 학생들을 데리고 베이징과 상하이를 견학할 당시만 해도 그다지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나라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됐구나’ 하는 시기심 때문이 아니라 ‘아! 이거 정말 큰일났다’는 경각심 때문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의 요점은 중국이 여러 부문에서 이미 G2(주요 2개국)가 아니라 G1(주요 1개국)이라는 것과 중국 교수들이 자신있게 ‘슈퍼 파워 차이나’를 외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미국 교수가 “1800년대까지 세계경제의 중심이었던 중국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뿐”이라고 담담히 진술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나아가 이제는 더 이상 ‘팍스 아메리카나’가 아니라 ‘팍스 시니카(Pax Sinica)’라고까지 외치고 있었다. 팍스 시니카는 각각 평화와 중국을 뜻하는 라틴어인 팍스(Pax)와 시니카(Sinica)가 합쳐진 말로 ‘중국패권 아래 평화’라는 의미다.
중국이 동북아시아에서 패권국가로 부상했다는 인식을 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버텨주고 있으니 힘의 균형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처럼 미국이 계속 밀린다면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산업혁명으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옮겨갔던 패권이 미국으로 갔다가 이제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에 왜 필자는 잠을 이루지 못할까? 패권이 이동할 때에는 전쟁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영국·프랑스가 패권을 가져갔고, 2차 세계대전으로는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필자는 <농민신문> 시론에서 우리나라는 격변하는 동북아시아에서 중립국으로 남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력 확보 및 식량주권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사력 확보가 힘에 부친다면 농업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중국이 독보적 G1이 되면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가라앉는 미국편을 계속 들든지 떠오르는 중국편을 들든지 입장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입장을 정하든지 우리는 격변의 시대에 살게 된다.
최근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과 대화를 해보면,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 패권을 다투게 되면 제일 먼저 일본과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중국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것으로만 그칠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한반도는 결국 광범위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업은 어떻게 될까? 다행히 전쟁 중에도 단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산업이 농업이다. 생존이 중요한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을 지켜야 한다거나 핸드폰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베트남전에서와 같이 고엽제를 나라 전체에 들이부어도 농업 기반인 농지 전체를 파괴할 수는 없고, 햇빛과 비만 있다면 생존 가능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혹시 모를 전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농업생산 인프라를 보강해야 한다. 물론 전쟁이 나면 대규모 댐은 폭격으로 손상되더라도 우리나라의 1만7000개가 넘는 농업용 저수지를 다 파괴할 수 없고 단기적 위협요소가 아니므로 당장 다 파괴될 가능성도 적다. 그럼에도 한국농어촌공사는 대규모 수리시설이 파괴됐을 때 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용배수로 보강·확충에 힘써야 한다. 이는 꼭 전시가 아니더라도 우리 농업과 농업인들의 안전에 꼭 필요한 일이다. 필자의 외숙부는 아직도 호박을 드시지 않는다. 한국전쟁 당시 호박죽으로 연명하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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