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농업부문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그룹사에서 계열분리돼 매각된다. 동부그룹은 3월 31일 동부팜한농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계열분리 및 매각에 합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동부팜한농은 스틱인베스트먼트·원익투자파트너스·큐캐피탈파트너스-IBK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행사한다. 재무적 투자자 추천 인사와 동부팜한농 추천 인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본격적인 지분매각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농자재업계를 선도해온 동부팜한농의 매각이 향후 종자·비료·농약업계와 농업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자=동부팜한농 매각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분야는 종자사업이다. 동부팜한농 종자사업부문(흥농·한농·대농)은 지난해 국내 채소종자시장 점유율이 19~20% 수준(업계 추정)으로 농우바이오(23~24%)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종자업계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동부팜한농을 어느 기업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먼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 PE)의 단독 경영권 인수로 가닥이 잡힌다면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일본계 자본을 기반으로 한 오릭스가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과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문제가 됐던 국내 종자기업들의 잇단 매각 사태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유력 인수 후보인 오릭스 측도 이런 국내 정서를 감안해 국내 투자자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동부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우바이오의 한 관계자는 “종자사업에 관심이 많은 한화그룹과 CJ 등이 오릭스와 연대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종자주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컨소시엄 구성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창현 한국종자협회장은 “지금까지 동부와 농우의 경쟁체제로 종자업계가 윈윈할 수 있었지만 동부가 매각되면 아무래도 이전보다는 신품종 개발 투자 등에 대한 추진 동력이 약화돼 업계와 농업인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비료=동부팜한농의 매각이 무기질비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 무기질비료시장은 남해화학㈜이 38%를 점유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 19%(업체 추정)의 동부팜한농(비료사업부문) 매각이 업계 판도를 뒤흔들만한 소재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김문갑 한국비료협회 전무는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동부팜한농 매각으로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농가 비료 공급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력 인수 후보인 오릭스가 예상대로 동부의 경영에 나선다면 비료사업을 내수보다 수출 중심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남해화학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비료가격이 우리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농약=동부팜한농은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27% 내외로 농약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계열분리와 매각추진 소식이 전해진 뒤 오히려 업계는 차분함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시장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3·4분기까지 연매출 6214억원에 영업이익 335억원대의 흑자구조를 유지하던 ‘알짜회사’인 만큼 오히려 다른 기업에 인수되면 모기업의 부실한 사업부문을 ‘뒤치다꺼리’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과거 한농 시절의 영예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외국계 자본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할 경우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농약업체 본부장은 “한화·CJ·노루페인트 등 인수설이 나오고 있는 국내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업계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농약 공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상학 한국작물보호협회 전무이사는 “매각 초기 사업이 불안정하더라도 다른 업체들에 대체재가 충분히 있는 만큼 농약 공급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