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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만 지상과업인 조국의 통일을 성취함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주체적 역량을 충실케 함인데 이를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피폐의 극(極)에 도달하고 있는 민생문제, 그중에서도 기아선상에서 방황하고 있는 농민생활의 안정을 기필해야 할 것이요, 농촌경제를 진흥시키는 길은 농업생산력을 증대시킴으로써만 가능할 것일진대 여기에 있어서 종묘의 우열이 미치는 바 영향의 지대함은…(후략).’
위 글은 1965년에 창립한 한국종자협회 발기취지문의 서두다.
50년 전 이 땅의 종자인들이 피폐해진 우리 농촌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우량종자를 개발·보급하고자 협회를 설립한다는 내용은 마치 독립선언서를 보듯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이처럼 우리 종자인들은 영리보다는 종자산업이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자부심과 긍지 아래 지난 50년간 우리 종자산업을 지켜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복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종자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육성할 수 없었고, 재래종자를 사용하거나 일본의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나 더 이상 수입에 의존할 수만은 없는 일로 채소종자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에 일본에서 육종학을 공부한 우장춘 박사를 모셔오기 위해 ‘환국추진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범국민적인 운동이 벌어진다. 이처럼 종자의 독자개발을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모을 만큼 종자는 중요한 것이다. 우 박사의 헌신과 노력으로 시작된 채소 육종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종자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소요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채소종자도 2014년 수출이 4000만달러에 이르렀고, 무·배추·고추의 육종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 평가받는다.
그러나 우리 종자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종자시장 규모 450억달러(약 49조2300억원) 가운데 우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프랑스·네덜란드 등의 종자선진국과 다국적기업들이 앞선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인수합병 또는 유전자원 선점을 통해 세계 종자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종자는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고부가가치로 ‘농업의 반도체’라 불린다. 1970년대 일본의 전자제품을 부러워하던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 종자도 반도체시장을 교훈삼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는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시드밸리’ ‘골든시드프로젝트(GSP)’ 등을 추진 중에 있다. 종자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 산업으로 간주되고 언론매체와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종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우 박사의 환국을 추진하던 그때처럼 국민적 관심과 열정을 다시 한번 종자산업의 도약으로 승화시켜 나가자. 그리하여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50년에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세계 속의 종자강국, 우뚝 서는 그날’이 실제 역사로 기록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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