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눈길 끄는 농업 관련 보고서를 내놨다. ‘1970년대 국제 곡물가격 급등락의 원인 및 시사점’이다.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최근 식량위기의 원인을 자세히 진단하고 극복방안도 제시했다.
농업 관련 부처가 아닌 중앙은행이 이처럼 농업·식량문제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식량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지구촌 식량위기는 최근에야 등장한 이슈가 아니며, 지난해부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은행·주요 20개국(G20) 등이 수차례 경고해 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세계경제가 극심한 곡물 재고 부족으로 식량 공급과 가격 파동의 코앞에 선 형국이라고 진단했으며, G20은 식량·원자재값 급등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을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위기 극복방안도 잇달아 제시했으며, 이미 일부 국가들이 그 영향으로 식량 증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동중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뒷북 대응의 일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위기 극복방안으로 내세운 ‘각국 정부의 지속적 투자와 국제적인 협조체제 구축 필요성’은 세계은행 등이 이미 여러차례 제시한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은 우리의 중앙은행이지 세계은행이 아니다. 국내 자급대책 등의 제시가 급한 마당에 국제적 방안 마련부터 주문한 것은 난센스이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26%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인 우리에게 식량안보는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은행과 정부 전 부처가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인 대응을 해 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