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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앞으로 60년 후에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로 바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 추세가 유지될 경우 국내 쌀 자급률이 2050년경 47.3%까지 떨어져 식량안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유엔(UN)은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사막화 방지’ 등 3대 환경협약을 만들어 지난 20여년간 환경문제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생물 다양성 훼손과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지고 있고 사막화도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1960년대 80%를 넘던 우리 곡물자급률은 2014년 기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주요 식량수출국인 미국(130%)·호주(229%)·프랑스(181%) 등 선진국들과 비교되는 수치다.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 식량문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식량이 부족하면 수입하면 된다’라는 안이한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는 기상재해로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식량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 보릿고개가 사라진 것은 불과 1970년대 후반이다. 당시 벼 이외에 70만㏊에 달하는 보리·맥주보리·밀·호밀 등이 재배됐다. 지난해 맥류 재배면적 3만8000㏊의 약 2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우리는 식량자급률 제고의 답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저조한 경지 이용률과 곡물자급률을 높이려면 벼 수확 이후 겨울철에 놀고 있는 논에 재배할 수 있는 밀·보리·조사료 등을 적극적으로 심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이모작이 가능한 면적이 전체 논 면적의 70% 정도인 약 66만㏊ 수준이다.
정부는 농가소득 향상과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4월 ‘답리작(畓裏作) 활성화 계획’을 수립했다. 올해 전체 파종 목표를 28만7000㏊(보리 4만3000㏊, 밀 9000㏊, 조사료 23만5000㏊)로 정하는 한편, 유관기관 및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답리작 목표 달성 시 총 218만5000t의 곡물이 생산돼, 곡물자급률 1%, 식량자급률(조사료 제외) 0.5% 상승은 물론 6700억원의 농가소득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겨울철 이모작 직불금으로 밀이나 보리·사료작물을 파종하면 1㏊당 50만원을 지급한다. 아울러 보리·밀·조사료 등 국산 원료농산물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맥류 가공산업과 축산업의 지속적인 발전도 기대된다.
정부는 답리작 활성화를 위해 먼저 농기계 임대 우선지원과 이모작용 시설장비 지원 등을 통한 규모화·조직화된 들녘경영체의 참여 확대를 추진한다. 또 맥류 생산 시범단지 육성 및 배수개선 지원과 건조저장시설 확충, 조사료 전문단지·유통센터 지정 확대 등 기반정비 사업도 강화한다. 이 밖에도 ▲작부체계별 재배기술과 매뉴얼 보급 ▲맥주용 보리 등 신품종 개발 ▲생산비 절감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 개발 지원을 추진하고, 재배면적과 생산량 증가에 대비해 농협과 관련 업체 등을 통해 실수요량을 확보하는 한편 농식품 기업과 연계한 신수요 창출로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겨울철 노는 땅에 벼·보리·조사료 등을 심어 단 1%라도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농업을 살리고 식량안보를 다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농업인과 유관기관, 기업 등이 다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 결과 올해 맥류 재배면적(4만4000㏊)은 지난해보다 17.6% 증가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식량자급률 향상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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