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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초반 <통일벼>로 상징되는 녹색혁명 이후 쌀밥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이 무렵(1970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36.4㎏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와 함께 먹을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쌀밥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2014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1㎏으로 반토막이 났다. 쌀은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니고, 남아도는 쌀은 애물단지가 됐다. 그런 쌀이 최근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이 그것이다. 쌀 소비를 늘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쌀 가공산업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의 확대, 그리고 밝은 전망=<NH농협 조사월보> 7월호에 따르면 떡과 시리얼·선식용, 도시락, 빵 등 간편식사용에 사용되는 쌀 소비량은 매년 7%씩 성장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이들 가공식품에 39만7000t의 쌀이 사용됐다. 1인당 소비량도 2009년 4.5㎏에서 2014년에는 8.9㎏으로 5년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1인당 쌀 소비량에서 가공식품에 사용된 쌀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1%에서 13.7%로 급증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도시 소비자들의 쌀 가공식품 소비는 크게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8월 발표한 ‘쌀 가공식품 소비패턴 및 대응전략’을 보면 수도권 2인 이상 가구 대부분이 연 1회 이상 쌀 가공식품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 가공식품의 주된 구입 대상은 떡류(95%)와 밥류(81%), 과자류(75%), 주류(77%), 빵류(54%)였다. 구매 금액을 보면 2010년 11만868원에서 2014년에는 14만5880원으로 31.6% 늘었다. 구매빈도 역시 같은 기간 24회에서 31회로 29.2% 증가했다.
쌀 가공식품의 소비 증가는 가공·기능성 벼의 재배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이들 벼의 재배면적은 2010년 2만5212㏊(7626만여평)에서 2014년에는 3만5593㏊(1억766만여평)로 4년새 41.2% 늘었다.
쌀 소비가 줄고 있는데도 쌀 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1인가구 증가와 맞벌이 여성의 확산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 추세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여 쌀 가공식품의 소비 증가세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 비중은 1990년 9%(101만 가구)에서 2014년 26.5%(489만 가구), 2035년에는 34.3%(763만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맞벌이 가구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4.9%→23.2%→37.2%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외형 확대에 맞는 내실성장 필요=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2017년까지 쌀 가공산업 매출 5조원, 수출 1억달러, 가공용 쌀 소비량 70만t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쌀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 가공을 통한 쌀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기초체력 강화가 선결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국내 쌀 가공업체는 1만7380곳이다. 이들의 연평균 매출액은 2억4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생산품목도 면류와 떡류에 치중돼 있다. 업계의 이 같은 영세성은 쌀 가공식품에 대한 연구개발과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마케팅과 홍보 부족, 소비지 판촉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쌀 가공업계의 규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쌀=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쌀 마케팅을 ‘쌀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밥을 이용한 쌀 소비는 줄더라도 간편식과 같은 쌀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쌀 가공시장 규모가 아직까지 협소한 점을 고려해 학교급식 등 새로운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도 요구되고 있다. 쌀 수급 상황에 따라 정책 지원이 중단되거나 확대되는 사례가 과거에 있었기 때문이다.
채성훈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 경제통상연구팀 부연구위원은 “우리와 인구구조 및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쌀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정간편식이나 외식용 쌀 소비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쌀 가공식품 개발로 쌀의 소비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