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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진흥지역 해제, 식량안보 후퇴다 - 농민신문
[ 2016-01-06 10:02:03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9779        
링크 #1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59006&page=1&ar_part1=28&ar_part2=&ar_type=0 , Hit: 10020

[현장의 눈-김상영]농업진흥지역 해제, 식량안보 후퇴다

농정부 차장

 7년 전인 2008년 12월27일 아침, 농림수산식품부가 발칵 뒤집혔다. 조간신문에 ‘농식품부가 249조원을 헬리콥터 타고 농촌에 뿌렸다’는 사설이 실렸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농촌에 130조원을 헛돈 쓰듯 뿌렸고, 노무현 정부에서 마련한 119조원 역시 옛 방식대로 집행된다는 것이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액수가 과장됐다”며 씩씩댔다. 그러면서 “헬기에서 뿌리긴 했는데, 돈이 ‘논’에 떨어져서…”라고 했다. 농업 투융자자금이 농민 쌈짓돈이 된 게 아니라 간척사업, 경지정리, 수리시설 유지·보수 같은 생산기반 정비에 쓰였다는 얘기다.

 1992~2008년 진행된 1·2·3단계 투융자사업에 쓰인 국고는 정확히 74조8788억원이다. 이 중 생산기반 정비와 영농규모화사업에 절반 가까운 35조2683억원이 투입됐다. 재정이 넉넉지 않았던 1960~1980년대에도 토지개량사업·농지개량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이 분야에는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다. 웬만한 홍수나 가뭄·태풍에도 쌀 생산량이 흔들리지 않는 데는 ‘주곡만큼은 자립하자’는 국정 철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알짜배기 농지인 농업진흥지역은 이렇게 조성된 토지다. 농업 생산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개인재산을 국가가 까다로운 규제로 묶어둘 수 있었던 데는 ‘막대한 국민세금을 투입해서 닦았다’는 논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진흥지역이 공공재로 인식되는 이유다.


 2000년대 들어 농지 규제를 풀어 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전국의 농공단지가 텅 비었는데도 산업계는 진흥지역에 공장을 짓겠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진흥지역이 값도 싸고 개발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 꿈쩍 않던 정부도 흔들렸다. 지자체장의 농지전용 허가권한을 늘려줬고, 전용절차도 간소화했다. 진흥지역의 농지를 전용할 때 같은 면적의 농지를 진흥지역으로 대체 지정하는 제도가 폐지됐고, 경사율 15% 이상인 한계농지의 비농업인 소유가 허용됐다.


 그러자 전용면적이 급증했다. 매년 4000억원가량 걷히던 농지전용부담금이 규제 완화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에는 1조4126억원이나 걷혔다. 농림예산의 10%를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농지 감소를 우려할 상황이 됐지만,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부과금 감면 조항이 우후죽순처럼 추가됐다. 2009년 농지에서 공장 등으로 전용된 곳 가운데 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면적이 60.2%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지금도 농지법 시행령에 명시된 부담금 면제·감면 항목이 57개에 달한다.


 정부가 내년 10만㏊를 시작으로 농업진흥지역을 대거 해제·완화하겠다고 밝혔다. 1992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2007년 4만㏊, 2008년 8만㏊에 이은 세번째며,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2007~2008년에는 애초 지정이 잘못됐거나 지정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을 ‘정비’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농지가 너무 많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쌀 과잉공급 구조가 해제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0만㏊를 해제하면 쌀 생산량이 35만t가량 감소하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잉여생산량 35만7000t과 맞아떨어진다. 국제곡물가격이 안정세고, 쌀도 부족하지 않으니 빚어진 일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4%이고, 쌀을 빼면 5% 수준으로 떨어진다. 식량안보가 통째로 국제시장에 내맡겨진 꼴이다. 해제 대상이 도시 인근의 자투리 땅이지만, 이곳이 도시화되면 자투리 진흥지역은 또 생기기 마련이다. 섣부른 진흥지역 해제가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유념했으면 싶다.


 김상영(농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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