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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눈-김상영]농업진흥지역 해제, 식량안보 후퇴다
농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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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인 2008년 12월27일 아침, 농림수산식품부가 발칵 뒤집혔다. 조간신문에 ‘농식품부가 249조원을 헬리콥터 타고 농촌에 뿌렸다’는 사설이 실렸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농촌에 130조원을 헛돈 쓰듯 뿌렸고, 노무현 정부에서 마련한 119조원 역시 옛 방식대로 집행된다는 것이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액수가 과장됐다”며 씩씩댔다. 그러면서 “헬기에서 뿌리긴 했는데, 돈이 ‘논’에 떨어져서…”라고 했다. 농업 투융자자금이 농민 쌈짓돈이 된 게 아니라 간척사업, 경지정리, 수리시설 유지·보수 같은 생산기반 정비에 쓰였다는 얘기다. 1992~2008년 진행된 1·2·3단계 투융자사업에 쓰인 국고는 정확히 74조8788억원이다. 이 중 생산기반 정비와 영농규모화사업에 절반 가까운 35조2683억원이 투입됐다. 재정이 넉넉지 않았던 1960~1980년대에도 토지개량사업·농지개량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이 분야에는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다. 웬만한 홍수나 가뭄·태풍에도 쌀 생산량이 흔들리지 않는 데는 ‘주곡만큼은 자립하자’는 국정 철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알짜배기 농지인 농업진흥지역은 이렇게 조성된 토지다. 농업 생산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개인재산을 국가가 까다로운 규제로 묶어둘 수 있었던 데는 ‘막대한 국민세금을 투입해서 닦았다’는 논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진흥지역이 공공재로 인식되는 이유다.
2000년대 들어 농지 규제를 풀어 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전국의 농공단지가 텅 비었는데도 산업계는 진흥지역에 공장을 짓겠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진흥지역이 값도 싸고 개발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 꿈쩍 않던 정부도 흔들렸다. 지자체장의 농지전용 허가권한을 늘려줬고, 전용절차도 간소화했다. 진흥지역의 농지를 전용할 때 같은 면적의 농지를 진흥지역으로 대체 지정하는 제도가 폐지됐고, 경사율 15% 이상인 한계농지의 비농업인 소유가 허용됐다.
그러자 전용면적이 급증했다. 매년 4000억원가량 걷히던 농지전용부담금이 규제 완화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에는 1조4126억원이나 걷혔다. 농림예산의 10%를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농지 감소를 우려할 상황이 됐지만,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부과금 감면 조항이 우후죽순처럼 추가됐다. 2009년 농지에서 공장 등으로 전용된 곳 가운데 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면적이 60.2%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지금도 농지법 시행령에 명시된 부담금 면제·감면 항목이 57개에 달한다.
정부가 내년 10만㏊를 시작으로 농업진흥지역을 대거 해제·완화하겠다고 밝혔다. 1992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2007년 4만㏊, 2008년 8만㏊에 이은 세번째며,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2007~2008년에는 애초 지정이 잘못됐거나 지정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을 ‘정비’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농지가 너무 많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쌀 과잉공급 구조가 해제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0만㏊를 해제하면 쌀 생산량이 35만t가량 감소하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잉여생산량 35만7000t과 맞아떨어진다. 국제곡물가격이 안정세고, 쌀도 부족하지 않으니 빚어진 일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4%이고, 쌀을 빼면 5% 수준으로 떨어진다. 식량안보가 통째로 국제시장에 내맡겨진 꼴이다. 해제 대상이 도시 인근의 자투리 땅이지만, 이곳이 도시화되면 자투리 진흥지역은 또 생기기 마련이다. 섣부른 진흥지역 해제가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유념했으면 싶다.
김상영(농정부 차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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