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매년 1월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전국 기관에 하달하는 ‘1호 문건’을 발표한다. 지난 2014년 발표된 문건에는 처음으로 ‘식량안전보장 시스템 확보(完善国家粮食安全保障体系)’라는 표현을 써가며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문건에는 “새로운 정세에서 중국은 식량안보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 손으로 받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치국(治國)의 기본 개념이다”이라고 적혀 있다.
이러한 정책기조의 일환으로 중국은 세계 3위 종자기업인 스위스의 신젠타社의 인수를 발표했다. 이는 미래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을 대처하는 조치이자,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세계 식량산업의 새로운 경쟁 구도 형성을 의미한다, 즉, 식량산업을 대하는 주요 강대국들의 입장은 이처럼 확고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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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뉴시스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영국 경제정보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2015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74.8점으로 조사대상인 109개 국가 중 26위로 기록됐다. 2014년과 비교해 점수는 1.6점 올랐지만 순위는 25위에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식량안보지수가 처음으로 발표된 2012년 21위(77.8점)에서 2013년 24위(71.1점)로 우리나라의 순위가 줄곧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량과 곡물 자급률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할 수 있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식량 및 곡물 자급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9.8%, 곡물자급률은 24.0%로 나타났다. 특히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경우 약 90%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곡물자급률이 95~240%에 이르는 미국‧독일‧호주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자급률이 유독 떨어진다. 식량자급률 순위도 OECD 34개 회원국 중 32위로 최하위에 속한다.
현재 전 세계 곡물 유통의 85%는 얼스미들랜드(ADM)‧카길(Caggil)‧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벙기(Bunge)등 소위 ‘곡물메이저’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곡물은 ADM과 카길 두 업체로 국한돼있다. 만약의 경우, 해당 기업들이 곡물 가격을 올리고 수출에 제한을 건다면 우리나라의 식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것이고 그로 인한 ‘식량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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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픽사베이 |
이러한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의 식량안보 정책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1년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한 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2015년까지 곡물자급률을 30%로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목표에는 끝내 도달하지 못한 채 2013년 박근혜 정부로 바뀌고서 2017년까지 자급률을 30%로 높이겠다며 같은 목표를 2년을 늦췄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원 곡물 자급률 향상 대책을 다시 발표하면서 2015년 말까지 자급률을 3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토록 일관성 없는 정부의 식량안보 정책이 진행되는 동안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현 상황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식량안보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가공식품의 수출과 시장 개척에만 지나치게 편중돼있는 현재의 정책기조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거론되고 있다.
‘먹는 문제’는 곧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는 이후에 끔찍한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곡물의 국제거래 가격은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부터 대처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