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 간의 바둑대결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이다. 인류는 도구를 이용하는 ‘호모파베르(Homo Faber)’이다. 인류는 원시시대 때부터 도구를 사용했다. 오늘날 우리는 기계와 같이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간과 기계는 늘 함께 하고 있다. 기계가 제공하는 유용성 때문이다.
인류는 기계가 제공하는 편리성·효율성·안정성 등으로 기계문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실제로 기계는 인류에게 수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점에 다른 의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세계인들은 이번 인간과 프로그래밍된 소프트웨어 간의 바둑 대결을 보며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자위적 위안과 인간애적 감동도 받았다. 또한 이번 대국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기회도 제공했다. 알파고가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기기가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자발적 지능 창출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계는 인간의 능력보다 우수한 것이 수없이 많다. 자동차는 인간보다 빠르게 달린다. 비행기는 하늘을 날며 먼 거리를 더 빨리 갈 수 있다. 또 기계는 인간이 들 수 없는 무거운 것들을 들며, 컴퓨터의 연산능력은 인간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까지 도달해 있다. 기계가 인간의 능력보다 우수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인류가 그동안 안도(?)했던 것은 ‘기계는 인간이 조작한다’는 우월적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바둑 대결은 달랐다. 알파고는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큰 숫자인 10의 170승에 이르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읽었다. 또 승자를 예측하는 가치망(value network)과 돌을 어디에 둘지 선택하는 정책망(policy network)이 결합된 인공지능을 갖췄다. 그리고 이런 지능이 인간보다 우월할 수 있음을 이번 대국에서 보여준 것이다.
파워 소프트웨어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혁명,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전자기기를 활용한 자동화 시대를 넘어 소프트 파워로 융합과 지능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제품이 지능을 가지며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돼 학습능력도 수행할 수 있다. 2025년까지 인공지능 세계 시장규모가 2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농업 중심 사회를 산업 중심 사회로 바꿨으며, 농업인들은 농촌을 떠났고 대규모 공업도시가 형성됐다. 그리고 자본과 효용성 중심의 세상을 만들어 농촌과 농업인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2·3차 산업혁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지난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농촌과 농업인은 상대적 불이익을 겪고 이를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같은 우(愚)를 또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빅데이터·인공지능·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융복합과 지능형 농업혁명을 앞서 추진하고 선도적으로 이뤄가야 한다.
농업도 이제는 산업이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며 친자연적이다. 최근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과 6차산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미래 농업형 산업은 보다 적극 추진돼야 하며, 나아가 ‘농업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창의적이고 고도화된 기술이 생산과 판매에 도입돼야 한다. 알파고로 시작된 파워 소프트웨어 시대, 4차 산업혁명을 농업혁명으로 이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