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진흥지역을 대거 해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국회와 국책연구기관이 잇따라 경고음을 울렸다. 진흥지역
해제가 우량농지 난개발을 불러와 식량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경지면적과 농지전용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경제살리기 차원의 농지전용 규제 완화가 지나치게 강조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정부 방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 운용방안’을 통해 전체 농업진흥지역 103만6000㏊ 중 10만㏊를 올해 해제·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제 이유로는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을 꼽았다. 특히 쌀 과잉공급 구조가 해제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의 식량사정을 봤을 때 농지전용 속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2020년 곡물자급률 목표치 32%를 달성하려면 최소 175만2000㏊의 농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5년 우리나라 전체 농지면적은
167만9000㏊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또 최근 3년간 평균 1만7000㏊씩 줄어드는 추세다. 입법조사처는 농지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농지전용을 지목했다. 2014년 용도가 바뀐 농지 비율은 0.6%로 일본의 0.2%에 견줘 3배나 높다. 또 전용된 농지
가운데 농업진흥지역이 16.7%를 차지했다. 농업진흥지역에 해당하는 일본의 농용지구역에서는 전용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입법조사처는 식량안보와 통일농업에 대비해 국가가 보전해야 할 목표농지 총량을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농지전용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고, 환수금은 농지보전에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배민식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한번 전용된 땅을 다시
농지로 복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농지 규제 유연화 조치가 농지전용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금은 우량농지 보전에 힘쓸 때’라며 농지 문제를 두고 정부와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농경연은
최근 내놓은 ‘우량농지 보전을 위한 정책프로그램 개발’ 보고서에서 “새로운 대체농지 지정이나 간척사업을 통한 신규 조성이 힘든 현실에서
우량농지가 여전히 대규모로 전용되는 등 농지의 합리적 보전과 이용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2004년 92만2000㏊에서 2014년에는 81만1000㏊로 10년 새 11만1000㏊(12%) 줄었다. 진흥지역 구분
없이 소규모 농지전용이 허용되면서 우량농지가 잠식되고, ‘어떤 농지나 전용할 수 있다’는 인식도 퍼진 탓이다. 게다가 쌀 중심의 국민 식습관이 채소·과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 밭의
12.8%만 진흥지역으로 묶여 있다. 채광석 농경연 연구위원은 “우량농지 보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우량농지, 다시 말해 진흥지역
농지전용을 방지하는 게 핵심”이라며 “진흥지역 내 농지의 조세감면 혜택을 확대하고 쌀 직불금을 진흥지역에 한해 지급하는 방식의 우량농지 보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