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따르면 LG그룹은 자동화설비전문업체 LG CNS를 주축으로 한 여러 계열사들을 참여시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26㏊ 규모의 스마트팜연구개발센터와 50㏊ 규모의 토마토·파프리카 등 작물 재배 및 가공·유통시설을 세우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전량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LG CNS는 이 같은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새만금개발청에 제출한 데 이어 새만금청 투자설명회를 갖고 전북 군산시와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는 농민단체와 개별생산자단체를 대상으로 한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토마토·파프리카 생산자자조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기업(LG)농업진출저지를 위한 농업계공동대책위원회’는 내수 및 수출부진으로 인한 시설원예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LG제품 불매를 포함한 전면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근년 우리 농업의 상황을 보면 영농자재비와 인건비 등 경영비의 급증과 농산물 가격의 부진에 따른 농가교역조건의 악화로 특히 생산의 주축을 이루는 전문농·대농 계층의 경영불안이 증폭되고 생산농민들의 좌절감과 상실감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경영안정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래 잇따른 규제완화시책으로 현행 제도 아래서는 농민 1인이 지분 10% 이상만 지니면 농업회사법인을 통한 기업의 농업생산 진입이 허용되고 있어 대기업의 농업 진입을 차단할 수단이 없다.
또한 오늘날 세계적 화두인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동력이 연계형성(네트워킹)이며 LG가 농업과 IT의 접목분야에서 잠재력이 매우 큰 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사안에 대한 접근은 전면수용이냐 백지화냐 하는 극단적 선택보다는 생산농민의 입장과 기업의 강점을 모두 살려 양자가 적절한 역할분담을 해나가는 방향에서 모색돼야 한다.
이번 사태를 맞아 가장 아쉬운 점은 4년 전의 뼈아픈 실패경험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정책노력이 미흡해 유사한 극한 대결이 다시 빚어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현행 제도상 허용돼 있는 사안에 대한 무리한 반대주장’이라는 편협한 시각을 넘어 시설원예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과 심각한 갈등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진일보한 제도개선을 마련하려는 진지한 사회적 노력이다.
농정당국은 2013년의 가이드라인 준수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위원회의 운영에서 보듯이 기업의 농업참여 문제를 폭넓게 근원적으로 다룰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필연적으로 재발될 수밖에 없는 이 사안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의견수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현안으로 대두된 LG CNS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는 ‘농산물 생산·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농작물 생산을 위한 시설개발에 대한 투자’라는 취지에 맞도록 연구개발에 걸맞은 규모의 사업을 통해 전문기업의 노하우를 농업에 활용함으로써 우리 농업발전과 기업의 신규투자 기회도 살려나가는 윈윈 전략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농정체계를 개별사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위주의 재량적 정책 중심에서 지속 가능한 다기능농업·농촌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선진적 직접지불제 중심으로 전면 재편함으로써 생산농민의 경영불안을 해소해나가는 노력이 최우선의 시대적 과제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영일(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