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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삼시두끼’만 먹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쌀 소비가 심상찮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맛
좋은 쌀을 생산하더라도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쌀이 남아도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쌀 재고가 누적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농가소득 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밥이 보약’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츰 약화되면서 쌀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식생활의 서구화 탓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밥 대신 육류나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쌀산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쌀 소비 줄고 재고는 증가=쌀 소비량이 급속히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5년 80.7㎏에서 2015년 62.9㎏으로 최근 10년간 약 18㎏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쌀 소비가 22%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60㎏ 초반대나 50㎏ 후반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72.4g으로 분석됐다. 밥 한공기에 필요한 쌀이 평균 100g이라고 하면 하루에 밥 두공기를
못 먹는 셈이다. 밥은 ‘삼시두끼’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쌀의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의 쌀 가중치(찹쌀 포함)는 1990년 54.4에서 2012년 7.1로 22년간 47.3이 줄었다. 이는 모든 도시가구가 한달에
1만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1990년 쌀 구입에 544원을 지출했는데 2012년엔 71원을 지출했다는 의미다. 1990년과 2012년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쌀 소비지출액이 22년간 86.9% 감소한 셈이다.
쌀 재고량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정부 쌀 재고량은 175만t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133만t보다 42만t이 많다.
이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재고인 80만t의 2.2배에 달한다. 민간 재고량도 6월 말 현재
50만t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46만t보다 4만t이 증가했다.
황성혁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 부연구위원은 “쌀 소비는 줄고 재고는
늘면서 단경기인 7월25일 20㎏ 정곡기준 산지 쌀값이 3만5631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때보다 6.3% 떨어졌다”며 “가공식품 개발로 쌀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거나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쌀 소비부진 원인은=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쌀 소비를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5년 식품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쌀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와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2.5%, 40.1%로 잡곡(0.6%, 10.4%), 과일(0.2%,
7.2%), 채소(0.3%, 6.6%)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쌀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56.9%로
잡곡(88.6%), 과일(92.1%), 채소(92.5%)보다 현저히 낮았다.
대표적인 쌀에 대한 오해는 탄수화물이 많아 비만의
주범이라는 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밀가루 등으로 인공 정제된 ‘나쁜 탄수화물’은 칼로리가 높지만 밥에 든 ‘좋은 탄수화물’은
적당량을 먹어야 건강과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쌀 소비를 줄이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아침밥을 줄인 이유가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47.3%,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13.1%로 나왔다.
육류를 선호하는 서구식 식습관도 쌀 소비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민이 하루
동안 곡물을 통해 얻은 열량이 1998년 1160.7㎉에서 2014년 992㎉로 16년간 14.5% 줄었다. 반면 육류를 통해 얻은 열량은
1998년 154.2㎉에서 2014년 218.7㎉로 16년간 41.8% 늘었다. 또 식사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젊은층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이나 선식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쌀 소비가 줄고 있다.
◆농협, 쌀 판촉에 총력 쏟아=농협은 쌀 판매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다. 가을 수확기가 시작되는 10월 이전에 쌀 재고량을 모두 소진하지 못하면 햅쌀 가격이 하락하는 큰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농협은 5월부터 9월 말까지 5개월간 쌀 7000억원어치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3일 현재 판매실적은
3539억원으로 목표의 50%를 이미 달성했다. 전국 농협 주요 하나로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인 농협a마켓(www.nhamarket.com)에서는
‘우리쌀 특별판매 행사’도 열고 있다. 올 7월 말 현재 농협의 쌀 재고량은 33만7000t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27만2000t보다
6만5000t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쌀 매입량이 177만t으로 1년 전 165만t보다 12만t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농협의 쌀 재고가 늘었지만 지난해보다는 쌀을 5만5000t이나 더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철 농협중앙회 양곡부장은 “전남·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 재고가 많지만 농협
쌀 재고량을 조기에 소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며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9월 중순까지 남은 재고를 모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limtech@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