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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재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10일이었다. 다음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에서 자료를 받아봤더니 지난해보다 재고가 4만~7만t 더 쌓여 있었다.
광복절 연휴 직후 RPC에 전화를 돌렸다. 재고가 많다고 알려진 중부권의 농협 조합장은 “RPC 창고를 깨끗이 비웠다”고 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재고 문제를 싹 해결했다는 것이다. 비법을 물었더니 “그냥 던졌어”란 답이 돌아왔다. 헐값에 재고를 처분했다는 얘기다. 이 RPC가 대형 유통업체에 넘긴 가격은 20㎏ 한포대당 정상가격보다 1만원 낮았다.
유명 브랜드쌀을 생산하는 수도권의 RPC도 예상보다 재고가 적었다. 손해를 감수하고 헐값에 쌀을 냈기 때문이다. 이 RPC가 유통업체에 넘긴 쌀 가격은 차마 지면에 담기 민망할 정도다. 폭락 수준에 가깝다. RPC 관계자는 “곧 추석용 올벼(극조생벼)가 나오는데, 재고는 많고…. 이거(밀어내기 출하) 말고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RPC는 올해 수십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벼 수확기를 한달여 앞두고 쌀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당 14만1684원으로 최근 5년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수확기에 견줘서는 2만원이나 낮다. 쌀값이 반짝 상승하던 단경기 특수는커녕 14만원대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수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7월 말 기준 농협 재고는 쌀값 폭락사태를 빚었던 2010년(34만1000t)과 비슷한 33만7000t에 이른다. 게다가 올해 작황도 괜찮은 편이다. 산지 농협이나 RPC 입장에선 출혈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15년에 생산된 쌀 중 수요량을 초과한 물량을 지난해 수확기와 올 4월 두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수확기도 아닌 시기에 정부가 격리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쌀값 안정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이다.
잉여물량을 격리했는데도 쌀이 남는다는 것은 실제 쌀 생산량이 정부 조사치보다 많았거나 소비량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에선 쌀 생산량이 정부 발표치(432만7000t)를 웃돈다는 의견이 많았다. 통계청은 2015년산 쌀 생산량이 2014년보다 2.1% 늘었다고 했지만, 2015년 수확기 농협의 쌀 매입량은 2014년에 견줘 7.2%나 증가했다.
소비량 부분도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해 가을 농식품부는 2015년산 신곡 수요량을 397만t으로 추정하고 수확기 수급대책을 마련했다. 2014년산 신곡 수요 추정량 400만t에 견줘 겨우 3만t(0.75%) 적은 양이다. 매년 국민 1인당 쌀 소비가 2~3%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식품부가 소비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으로선 통계청의 ‘쌀 생산량’이나 농식품부의 ‘신곡 수요량 전망치’ 중 어느 게 잘못됐는지 알 방도가 없다. 분명한 것은 잘못된 통계와 전망자료를 토대로 수확기 대책을 추진하면 후유증이 오래간다는 점이다. 쌀 통계·전망치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통계청과 양정당국의 노력을 기대한다.
김상영(농민신문 농정부 차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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