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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량 감소 얼마나 심각한가 ‘보릿고개’는 이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단어가 됐습니다. 한자어로 맥령(麥嶺)인 보릿고개는 추수
때 걷은 수확물에서 소작료ㆍ빚(또는 이자)ㆍ세금ㆍ비용 등을 지급하고 나머지 식량으로 초여름 보리가 수확될 때까지 버텼던 시기를 말하죠.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릿고개 때 우리네 밥상에서 쌀을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이후 1970년대 <통일벼>가 보급돼
1977년에만 600만t의 쌀이 생산되면서 보릿고개가 없어졌습니다. 이때 생산성은 현미 기준으로 1㏊당 5.31t으로 세계 1위였으며, 쌀의
자급률은 113%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풍족해진 쌀 생산에 힘입어 1985년에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28.1㎏에
이르기도 했는데요. 지금으로 치면 이는 밥 한공기에 필요한 쌀의 양을 100g으로 산정했을 때 국민 1인당 1년에 약 1281공기의 밥을 먹은
것과 같은 양입니다. 평균적으로 하루 3.5공기의 밥을 먹은 셈이죠.
하지만 먹거리가 풍족해지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연간 쌀
소비량은 매년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62.9㎏을 기록, 1985년에 견줘 30년 새 그 양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를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하루에 172.4g의 쌀을 소비한 것으로, 하루에 밥 두그릇을 채 안 먹은 셈이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5년에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49㎏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는
쌀 소비 감소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 가운데서도
다양해진 먹거리와 변화된 식습관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먹거리의 다양화는 식습관의 서구화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전통적으로 동양은 곡물 중에서도 쌀을, 서양은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식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가계 소비력이 커지면서 곡물보다 가격이 비싸고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의 소비가 점차 늘었죠. 그 결과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에서 2015년 47.6㎏으로 9배 정도 늘어나게 됐습니다. 단백질의 주공급원인 육류 소비량이 늘어난 만큼 탄수화물을 담당하는 곡물,
특히 쌀의 소비는 감소할 수밖에 없어진 거죠.
변화된 식습관은 식사비율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삼시세끼를 당연히 여기던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아침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응답자의 75.3%가 아침식사를
한다고 했는데요, 이 수치는 2014년 68.2%로 떨어졌습니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30% 이상의 응답자들은 ‘아침을 원래 먹지
않아서(38%)’ ‘시간이 없어서(34.4%)’ ‘식욕이 없어서(20.5%)’ 등의 이유로 아침을 거른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아침을 굶는 것이 쌀 소비 감소로 연결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또한 아점(아침+점심) 혹은
브런치(brunchㆍbreakfast+lunch)라 불리는 간편식으로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사이에 빵이나 샐러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밥을 덜 먹게 되기도 했고요.
쌀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소비 감소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5년 식품소비행태조사를 보면 ‘쌀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로
잡곡(0.6%)ㆍ과일(0.2%)ㆍ채소(0.3%)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쌀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56.9%로 잡곡(88.6%)ㆍ과일(92.1%)ㆍ채소(92.5%)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쌀 전분은
밀 전분보다 소화 흡수가 느려 오히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 비만과 당뇨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 듀크대 의대에서 70년간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4주 동안 여성은 평균 8.6㎏, 남성은 13.6㎏ 감량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1년 후에도
전체 대상자의 68%가 요요현상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하니 더 이상 쌀에 대해 비만의 주범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없겠죠.
●1인당 소비량 방글라데시·라오스 순…일본, 54.6㎏으로 사회문제
세계 각국 쌀
소비량은
쌀은 주로 아시아대륙에 속해 있는 나라에서 주식으로 먹고 있죠. 지난해 관광 웹 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쌀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방글라데시라고 합니다.
방글라데시는 1인당 하루에 473g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약 172㎏으로 거의 우리나라의 3배 가까이 되는 양입니다.
2위는 라오스(445g), 3위는 캄보디아(436g), 4위는 베트남(398g), 5위는 인도네시아(364g)가
차지했다네요.
한편 이웃 나라 일본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데요.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매년 쌀 소비량이 줄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2015년 식량 자급률을 보면 1962년 118㎏에 달하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5년 54.6㎏으로 줄었습니다. 50년 새 소비량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셈이죠. 이는 매년 약 8만t씩 소비가 줄어든 것과 같다고
합니다.
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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