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진흥지역해제는 쌀 수급해결책이 아니다
지난 21일 개최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나온 ‘농업진흥지역 해제 추진’ 얘기는 한마디로 농업을 하지 말자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장기적이라는 것과 희망하는 농민이란 단서가 달리긴 했으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주식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0년간 사라진 농지면적은 여의도의 553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2006~2015년까지 16만495ha의 농지가 사라졌음에도 이제는 아예 대놓고 농지를 줄이겠다는 정치권의 발상에 기가막힐 노릇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50% 남짓한 상황이고, 여기서 쌀을 제외할 경우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량농지를 없앨 경우 해외의 식량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어 식량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쌀이 남아돌아서라고 하는데 우량농지를 훼손시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주식을 공급하기 위해 사회적합의를 통해 정해 놓은 것이 농업진흥지역인데 쌀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깨는 것은 본질을 무시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한 번 훼손된 농지는 다시 농지로 되돌릴 수 없어 식량이 부족할 경우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아도는 쌀은 수급문제로 접근해야 하지 농지를 없애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해외원조 및 북한지원을 비롯해 저소득층 지원, 사료용으로의 전환 등 남는 쌀의 활용방안을 통해 수급을 조절해야 하지, 농지를 줄여서 쌀 생산을 줄이려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식량문제는 통일도 대비해야 하고, 안보적인 측면서 중요하기 때문에 돈을 들이면서까지 엄격히 관리한 것”이라며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혀 그나마 다행이다.
농식품부는 농업의 중요성과 식량안보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농업을 시장에 맡기고, 당장 예산이 투입된다고 쉬운 방법을 선택하려는 시도에 대해 해명하고, 설득시켜야 한다.
시장이 열리고, 아무리 글로벌시대라고 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있다. 쌀은 국민의 주식으로서 식량안보적인 측면에서 지켜야 할 품목이고, 그런 만큼 잘 보존된 농지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까지 우리에게 있다.
당장의 편리를 위해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는 것은 농업이 아닌, 우리나라의 백년지대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해 신중히 결정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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