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쌀 수급 관련 대책 논의 후 내놓은 결과는 농업진흥지역에 대한 과감한 해제다. 구조적인 쌀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지로 묶인 땅을 해제,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음 달 중순경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한다는 복안이다.
농업계는 이에 대해 ‘졸속 대책’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당장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부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2일 당정간담회에서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요구에 “한번 해제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사실상 이번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재정문제’가 크다. 쌀값 하락과 재고 과잉으로 농업인에게 지불해야 할 직불금과 재고 관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농업진흥지역 해제 추진은 기획재정부 입장이 다수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를 비롯한 농업계의 식량안보 논리와 기재부의 재정·개발 논리가 맞붙은 셈이다.
농업계로선 이번 조치는 납득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농업진흥지역 변경 또는 해제가 올해 들어 이미 한차례 순조롭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매년 실태조사를 통해 보전가치가 낮은 농업진흥지역에 대한 지속 정비 계획도 밝힌바 있다. 김 장관이 지적했듯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정부가 비용을 들여 보존해 온 우량농지인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간 불거진 쌀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은 중장기적 대책 마련엔 미흡했고, 단기적 처방에 그쳤다. 이번 농업진흥지역 해제도 당장 눈앞의 쌀 과잉만을 놓고 내놓은 대책으로 비친다. 식량문제는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인 비전 하에 제반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그간의 농업을 돌이켜 볼 때 풍·흉년은 반복돼 온 만큼 언제 또다시 빚어질 수 있는 흉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고, 2008년 세계곡물파동을 되돌이켜 보더라도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자본의 ‘농지 잠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쌀값 하락을 막겠다고 식량안보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