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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농업과 같이 간다 - 농민신문
[ 2016-10-17 16:17:14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10497        
링크 #1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68686&subMenu=dsearch&key , Hit: 9884

[생각의 숲-반기성]문명은 농업과 같이 간다


고대 문명의 몰락 이유는 가뭄으로 인한 농업의 붕괴
최근 시리아 사태도 농업기반 무너져 발생
농업, 경제문제로만 접근땐 강력한 문명도 역사에서 사라져

 ‘홍수가 닥치면 물에 잠기는 유프라테스강의 범람원은 이제 대부분 문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황량한 고립 지역으로 남아 있다. 굽이치는 모래언덕, 언제 사용되었는지 모르는 운하의 둑, 자갈로 덮인 옛 주거지의 둔덕만이 밋밋한 대지 위에 멋없이 나지막이 솟아 있다. 인간의 흔적을 말해주는 것이라고는 어쩌다가 눈에 띄는 천막뿐이다. 그러나 한때 이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도시를 세웠고, 가장 먼저 문자를 썼던 문명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자리였다.’(로버트 맥 애덤스, R.M.Adams)


 메소포타미아문명이 만들어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아카드(Akkad)’라 불리는 도시국가가 있었다. 강력한 고대국가였던 아카드제국이 어느 날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졌다.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았다. 아카드제국의 멸망은 역사가들에게 미스터리였다. 1993년 고고학자와 지질학자·토양과학자로 이루어진 미국과 프랑스의 공동 연구팀이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폐허가 된 아카드제국의 도시에서 토양의 수분을 최첨단 과학기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부터 4200년 전부터 약 300년 동안 건조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됐음을 밝혀냈다. 여기에 더해 꽃가루 분석을 해보니 평균기온이 2℃나 낮았다. 가뭄과 한랭한 기후는 농작물의 생장에 치명적이다. 아카드인들은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먹을 것이 없는 곳에 제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 역사에서 아카드제국이 사라진 이유다.


 고대 4대 문명 중의 하나인 인더스문명을 살펴보자. 인더스문명은 상당히 정교하고 아름다웠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기원전 1800년경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인더스문명이 자랑하는 모헨조다로가 몰락했다. 기원전 1500년경에 이르러 인더스문명은 완전히 멸망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강대하고 화려했던 인더스문명이 멸망한 가장 큰 이유는 대가뭄이다. 대가뭄으로 모헨조다로지역 등이 건조지대가 되었다. 토지의 건조화로 염분이 지표에서 나오는 염분 노출이 발생했다. 염분은 농작물 생산에 치명적이다. 농업이 무너진 문명은 존립할 수 없었다.


 중미에 있는 찬란한 문명이 마야문명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마야문명이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오랜 세월 동안 외계인들이 데려갔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마야인의 증발은 미스터리였다. 최근 고기후학이 발전하면서 마야문명이 사라진 원인이 밝혀졌다. 2003년 스위스의 지질학자 게랄드 H. 하우크 박사가 마야 문명 유적지 근처의 바닷속 퇴적물을 조사했다. 그는 마야문명의 멸망 원인이 가뭄임을 밝혀냈다. 당시 마야인들의 주식은 옥수수였다. 옥수수는 전적으로 빗물에 의존하는 농작물이다. 그러나 910년을 정점으로 발생했던 극심한 가뭄은 옥수수 농사를 궤멸시켰다. 농업이 무너진 문명은 존재할 수 없었다. 마야문명이 아열대우림에 파묻혀버린 것이다.


 문명의 붕괴를 설명하는 두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인간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자원 기반(주로 농업)이 점진적으로 와해된다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환경의 동요나 기후 변화로 인해 자원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시각이다. 인류의 위대한 문명이었던 메소포타미아문명·인더스문명·마야문명의 공통점은 농업의 붕괴였다. 먹고사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문명은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농업 문제는 고대 문명만의 문제일까. 최근 시리아 사태를 보자. 수많은 시리아인들이 조국을 탈출해 유럽으로 몰려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리처드 시거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시리아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의 붕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최악의 가뭄이 시리아를 덮쳤다. 강수량이 줄고 토양 습도가 낮아지면서 농업기반이 무너졌다. 먹고살 것이 없는 시리아인이 전체 국민의 40%에 해당된다. 고향을 잃은 이들이 갈 곳은 없었다.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보트를 타고 넘어간 이유다. 아무리 강력한 문명이라도 농업이 무너지면 역사에서 사라진다. 농업을 경제적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이유다.


 반기성(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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