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일간지에 ‘쌀 과잉, 더 이상 미봉할 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 하나가 실렸다. 소위 ‘경제 5단체’에 포함되는 사용자단체의 회장이 쓴 것이다. 경제계 유수의 단체가 쌀 소비촉진 운동이라도 전개한다는 것인가 하는 기대와 달리 내용은 너무나 뜬금없다.
칼럼의 결말은 “경쟁력 있는 농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농업을 포기하자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무엇보다 “식량안보라는 미신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에 아연실색해진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식량을 사 먹을 수 있는 달러를 확보하면 되는 것이지, 우리가 직접 생산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부연도 해괴하다. “굳이 우리 손으로 우리가 먹을 쌀을 확보하고 싶으면 아열대 지방에 가서 싼 땅을 빌려 생산할 일이다”라는 말 역시 납득할 수 없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안보는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6·25전쟁 이후 이 땅에 60여년 동안 전쟁이 없었지만 만약에 대비해 해마다 막대한 군비를 들여 국방을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식량안보도 다르지 않다. 돈만 있으면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아무 제약 없이 공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쌀은 국제시장에서의 교역량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생산량에 따라 가격 변화가 크고, 국제 곡물메이저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또 우리 농업은 비농업계에서 주장하는 ‘경쟁력’이라는 칼에 이미 많은 것을 양보하고 희생했다. 그 결과 사실상 밀농사가 사라지고 콩과 옥수수농사도 위축돼 지난해 곡물 수요량의 76.2%를 수입에 의존했다. 그나마 지속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민들은 하루하루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주식인 쌀만이라도 국제정세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여건이 유지돼야 하는 것이다.
식량 문제에 국제적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세계 어느 나라가 우리의 굶주림을 해결해주겠는가. 아무리 달러를 쌓아놓아도 쌀 아닌 지폐를 먹을 수 없으며, 외국의 기름진 땅이 우리의 다랑논을 대신해주지 못한다. 칼럼을 쓴 경제인은 ‘식량안보라는 미신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타파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