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합사료는 가축 생산비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품질이 나쁘거나 미생물에 오염된 사료를 섭취한 가축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 농가들이 배합사료를 선택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농가들의 우려를 덜고자 대한한돈협회는 2016년도 배합사료 품질 모니터링사업을 하고,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국내 10개 사료업체의 79개 샘플을 수거해 곰팡이 독소의 오염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사대상 곰팡이 독소 6종류는 아플라톡신(Afla), 오크라톡신(OTA), 제랄레논(ZEN), 데옥시니발레놀(DON), 푸모니신(FUM), 티투(T-2)였다.
◆곰팡이 독소 검출률 100%=모니터링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모든 샘플에서 한개 이상의 곰팡이 독소가 검출됐다.
어미돼지의 수태율을 감소시키고 비육돼지의 사료섭취와 면역력을 저하하는 물질인 DON은 79개 샘플 중 78개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권고기준치를 초과하는 샘플은 9개에 달했다.
현행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 따르면 양돈사료에서의 DON 권고기준치는 900ppb다. ppb는 환경에 존재하는 물질을 측정하는 단위로, 농도를 10억분의 1로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DON 10ppb는 사료 10억g(1000t) 중에 DON이 10g 함유돼 있다는 뜻이다.
돼지의 폐부종을 일으키는 물질인 FUM도 59개 샘플에서, 성장·발육·생식기능을 저해하고 발정증후군을 유발하는 ZEN은 45개 샘플에서 검출됐다.
다만 Afla와 OTA는 상대적으로 낮은 양성률을 보였으며, T-2 독소는 모든 샘플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한돈협회는 이같은 결과의 원인으로 수입 원료를 지목했다. 수출국의 이상기온과 수확철 강우 탓에 곰팡이 독소에 오염된 원재료가 국내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국제검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미국산 옥수수의 곰팡이 독소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DON·FUM·ZEN이 각각 75%, 72%, 42% 검출됐다. 100% 수입하는 옥수수는 양돈용 배합사료를 만들 때 전체 원료의 60%를 차지한다.
◆기준치 초과해도 제재 방법 없어=문제는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곰팡이 독소를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사료관리법상 곰팡이 독소는 관리대상 물질과 관리추천대상 물질로 분류된다. 관리대상에는 단 두개(Afla와 OTA)의 곰팡이 독소만 포함돼 있다. 배합사료에서 이 두 물질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면 해당 제품의 제조·수입·판매가 금지된다.
나머지 곰팡이 독소들은 관리를 추천하는 물질에 포함된다. 이들 곰팡이 독소의 검출 기준치는 배합사료의 품질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권고사항일 뿐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권고기준을 초과하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곰팡이 독소를 관리대상과 관리추천대상으로 분류한 일반적인 기준은 유해성 정도”라고 밝혔다. 독성이 강해 인체와 가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법적 관리대상에 포함하고,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되는 물질은 사료업체의 재량에 맡겼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어 “우리나라는 배합사료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단순히 법적 기준치를 강화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무역을 위해 다른 국가에서 허용하는 수준과 비슷한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료관리법 재정비해야=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돈협회는 배합사료를 더욱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정비를 위해 농식품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대부분의 배합사료에서 검출된 주요 곰팡이 독소를 관리대상 물질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료업체의 재량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곰팡이 독소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수입해 오는 국가에 맞춘 기준치 역시 국내 현실에 맞도록 재설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16년에 이어 올해도 3차례에 걸쳐 배합사료 품질 모니터링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료업체들이 안전한 배합사료를 농가에 제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려면 정기적인 품질검사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국내 배합사료에 대한 농가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원료 선택에서부터 가공까지 모든 단계에서 곰팡이 독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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